우리 학교 갈래요
우리 학교 갈래요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0.10.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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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교육열은 유난하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한국의 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말할 정도면 우리 교육열은 세계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스라엘도 애국심과 교육열은 우리 못지않지만 우리처럼 유난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6, 25 동란 중에도 대학들이 피난 지 부산에다 문을 열고 수업을 했다. 전쟁 중에 자식을 사지(死地)에 보내는 것을 꺼려해 논과 밭, 소를 팔아 대학에 보내는 바람에 상아탑(象牙塔)이라는 말까지 생겨나기도 했지만 결국 그때의 대학에서 양산된 고학력 인재들이 70년대 경제성장의 주축을 이루었다.

농본(農本) 시대에도 문맹을 벗어나려고 마을마다 서당을 두었다. 서당은 훈장자영서당(訓長自營書堂), 유지독영서당(有志獨營書堂), 유지조합서당(有志組合書堂), 촌조합서당(村組合書堂) 등 4가지로 분류된다. 훈장자영서당은 훈장 자신이 생계 때문에 혹은 교육을 취미로 하여 스스로 설립한 서당이고 유지독영서당은 마을의 가세가 넉넉한 사람이 자신의 자제를 교육하기 위하여 훈장의 급비를 혼자서 담당하며 이웃집 자제 약간 명을 무료로 수업 받게 하는, 이른바 “동냥공부”를 허락하는 서당이다. 유지조합서당은 몇 사람이 조합하여 훈장을 초빙하고 조합원의 자제만을 교육하는 서당이고 촌조합서당은 촌 전체가 조합하여 훈장을 두고 자제들을 가르치는 서당 이다. 훈장(訓長)·접장(接長)·학도(學徒)로 이루어지는 서당에 비록 가난하여 제대로 보낼 수 있는 가정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교육에 대한 관심은 일찍부터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학교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내년 3월 1일 개교가 어려운 학교가 있다. 현재 웅천 택지지구에 들어설 웅천초등학교다. 이 단지엔 아파트 1,084세대 가운데 약 700세대가 입주했다. 내년 3월이면 300여명의 학생이 입학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애초 공동주택 건설 진행 추이에 따라 201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했다지만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개교시기를 2011년 3월로 1년 앞당겨 잡았다. 하지만, 설계용역 계약과정에서 입찰공고가 빠지는 등 행정업무 차질로 수개월 늦춰지면서 아직 학교 건물이 마련되지 않아 내년 3월 개교가 어려워진 것이다.

사연인즉 교육 당국이 올해 1월 조달청에 설계용역 계약을 의뢰했으나 입찰공고가 빠져 계획보다 23일 지연된 4월에서야 계약통보가 이뤄졌고, 전남도교육청 설계자문위원 검토과정에서도 54일간이나 지체됐고 설계용역 납품기한이 8월 18일로 연기되는 바람에 결국 3개월여의 일정을 그냥 보내버린 셈이다. 전남도의회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도 수개월째 실시설계마저 마무리하지 못해 공기 내에 건물을 완공하지 못한 것이다.

6개월여 늦춰 9월로 예정했던 개교나 내년 3월 개교 계획도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축물을 기간 내 완공하기에는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웅천지구에 입주하게 될 주민들의 자녀는 6개월간을 통학거리가 1.6km나 되는 인근 시전초등학교로 보내야 한다. 교육당국이 일정들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일을 진행 시켰더라면 공사 지연으로 말미암은 개교 불가라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수백 명의 학생이 수개월간 다른 학교에 더부살이를 해야 할 형편이다. 물론 통학 버스 운행을 위한 예산도 확보했다지만 학부모들은 물가에 내놓은 아이들처럼 불안 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 통학 버스라도 놓칠 때는 도보로 등교를 해야 하는데 학교 가는 길은 생태터널을 지나야 하는 교통 혼잡 지역으로 사고의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교육 당국은 지금이라도 해당 학부모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예측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보다 성의 있는 조치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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