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오르간에 여수찬가를....
파이프오르간에 여수찬가를....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0.09.0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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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녔던 사람치고 풍금(風琴)과 관련한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여선생의 섬섬옥수에 묻어 나오는 기이한 소리에 마냥 신기하고 즐거워했던 추억이다. 풍금은 리더 오르간이다. 진정한 오르간은 파이프 오르간을 말한다. 세계최대의 파이프오르간은 미국 애틀랜틱 시티 컨벤션 홀에 있다. 건반은 무려 7단, 랭크는 449개, 스탑은 314개, 파이프의 수는 33,114개에 이르러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규모의 오르간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은 건반 6단, 랭크 160, 스탑 96, 파이프 8,098개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오르간이지만 세계 최대 오르간의 1/4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여수 세계박람회 조직위는 여수 신항에 흉물처럼 방치돼있던 동양 시멘트 폐 사일로를 장엄한 천상의 소리를 내는 세계 최대의 파이프 오르간으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이 폐 사일로는 동양 시멘트가 동남아 수출기지로 시멘트 공장을 건립하고 사용하다 문을 닫은 후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 흉물 폐 사일로는 엑스포 확정 이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래된 것으로 안전도도 불투명한데다 행여 거대한 규모의 랜드마크를 제외 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위는 재활용을 위한 작품 공모를 통해 파이프 오르간으로 재탄생시키기로 한 것이다.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한경대 홍승표 교수의 출품작 ‘파도소리’는 아파트 20층 높이(55m)의 동양시멘트 폐 사일로 두 동을 그대로 살려 뼈대로 이용, 초대형 파이프오르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뼈대 위에 여수 앞바다의 파도를 조형화한 다양한 높이의 파이프를 설치, 77m짜리 파이프오르간을 만드는 구상이다.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위해 바람을 강제 주입하는 별도의 송풍장치와 연주용 컴퓨터 설비가 설치된다. 조직위 측은 이 파이프오르간을 이용해 음악회를 열거나, 애국가 등의 행사용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가 파이프오르간인 이 사일로의 내부는 물탱크로 활용된다. 여수 바닷물을 담수화 처리한 물을 저장해, 박람회장을 찾는 관람객에게 식수로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 12월 이 작품이 완료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동시, 여수엑스포 박람회장에서 가장 높은 랜드마크(상징건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프오르간 주변에는 광장이 조성된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오르간을 소개한 사람은 1760년대 홍대용씨다. 이번 파이프 오르간을 출품한 교수는 홍승표씨로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이와 유사한 초대형 파이프 오르간은 크로아티아 “조다르” 해변에 있는 바다가 연주하는 세계 최초의 파이프 오르간이다. 부둣가를 따라 하얀 돌로 조각된 계단 형이다. 휘파람 구멍이 있는 보도 아래에는 35개의 파이프가 설치되어 있다 한다. 파도의 크기와 속도에 따라 바다의 움직임은 공기를 밀어내며 음악을 연주한다. 바닷물의 흐름과 바람의 상황에 따라 바다는 예측불허의 힘과 에너지로 수많은 변주곡을 끝없이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일몰과 더불어 자연이 연주하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으려고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다 한다. 세계 최고 높이의 파도소리 파이프 오르간은 여수의 관광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엑스포 이후에는 여수에 최초로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구축되게 된다. 아쿠아리움, Big-O의 수상 무대, 주제관, 디지털 거리, 파이프오르간, 엑스포 브리지, 오동도 북 방파제의 나선형 조형등대, 관광호텔 등이다. 평소에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자원들이다. 이제부터라도 여수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린 엑스포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전직 시장의 비리사건이 일파만파로 정치권까지 확대되면서 나오는 현상이다. 위기는 기회란 말이 있다. 파도소리 파이프 오르간은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비록 지도자들은 지역 이미지를 먹칠하고 시민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지만 엑스포 유치성공에 열정을 쏟았던 시민의 힘으로 여수의 저력을 보이자.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엑스포를 성공한 시민이라는 영예를 쟁취하자. 파이프 오르간에서 여수찬가가 울려 퍼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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