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길-정조대왕의 백성사랑
지도자의 길-정조대왕의 백성사랑
  • 고재경
  • 승인 2010.06.09 1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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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사후 역대 임금 가운데 22대 정조대왕 만큼 이순신 장군을 흠모한 사람도 드물다. 정조 19년(1795년) 이순신 장군의 옛날 행적 및 유고(遺稿)를 모아서 충무공이순신전서(忠武公李舜臣全書)를 발간한 이도 정조 임금이요, 어제(御製) 신도비명(神道碑銘)을 직접 지어 장군의 묘 앞에 세운이도 정조대왕이다.

이순신 장군이 어머님께 효성을 다한 것처럼 정조대왕 또한 효심이 지극했다. 비명에 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에 엎드려 눈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서럽게 울다가 탈진해 늙은 정승 채제공의 등에 업혀 내려 올 때도 있었다고 전한다.

이순신 장군의 부하사랑, 백성사랑 정신은 청사에 빛나거니와, 정조대왕 또한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듯이 백성들을 보살폈다. 1793년 극심한 가뭄으로 제주도 사람들이 굶어죽게 되자 구휼미 5만 포(包)를 보내달라는 제주목사의 긴급 구호요청이 있었다. 정조는 곧 전라관찰사에게 명하여 전라도 일대에 저축해 둔 곡식 5만포를 제주도로 보내라고 하였으나, 전라도 또한 가뭄으로 저축해둔 곡식이 많이 줄었고, 또 제주도는 호구가 3만 호밖에 안되니, 5만 포의 절반만 보내주면 어떻겠느냐는 전라관찰사의 보고가 올라 왔다.

정조는 “부황이 든 제주도민들이 밤낮으로 양식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요구한 구휼미의 절반 밖에 오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으면 어찌 실망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바닷가 고을의 형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니, 관찰사가 올린 보고대로 우선 3만 포를 빨리 실어 보내도록 하라. 나머지는 내탕고의 돈을 내어 주겠다.”

5만 포를 다 보내되, 전라도 바닷가 고을에 피해를 끼칠 수 없으니, 임금의 개인 재산(내탕고)에서 돈을 내어 2만 포를 보충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 정조대왕은 굶주리는 백성들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굶주리는 백성을 생각하고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자세, 이것이 아마도 제대로 된 왕의 자세일 것이다.

측은지심이 가득한 정조 임금은, 곡식을 실어 보낼 때마다 처마 끝에 혹 바람 소리라도 스치면, 한밤중에도 불을 켜라 하고 새벽까지 뜬 눈으로 새웠다. 잠을 이룰 수 없는 이유를 그는 다시 밝힌다. “백성이 굶주리면 나도 굶주리고, 백성이 배가 부르면 나도 배가 부르다. 저 섬의 수만 명 백성들이 천 리 먼 곳에서 자신들을 먹여주기를 바라고 있고, 또 몇 백 명 뱃사람이 멀리 깊은 바다를 건너간다. 이런 때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6.2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나 낙선자나 개혁과 소통을 외치지 않은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서민편이 되어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하는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고 약속했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지금은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세상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세상이다. 이 점에서 세상은 확실히 진보했다. 하지만 국민이 선출한 정치지도자에게 정조대왕과 같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 곧 진정한 의미의 측은지심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입만 벙긋 하면 역사와 국가를 들먹이고 개혁과 소통을 부르짖고 서민들과의 동고동락을 운운하지만, 글쎄 그것이 국민을 진정 배려한 것인지는 더더욱 알 길이 없다.

지도자의 근본자세를 묻는 자로(子路)의 질문에 공자의 대답은 간결했다.

“지도자란 먼저 솔선수범 한 뒤에 부하들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정열을 보여주어야 한다.” 「先之, 勞之, 無倦.」 (논어, 子路 1).

지도자의 기본 덕목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리더십의 근본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리더십이란 ‘행동으로 보여주고 말로써 이해시켜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 속에는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도자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무한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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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2010-08-07 11:25:57
先之, 勞之, 無倦 “지도자란 먼저 솔선수범 한 뒤에 부하들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정열을 보여주어야 한다.”
고재경 교장선생님의 좋은 글.. 가슴에 와닿습니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