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도시 통합
뜨거운 감자, 도시 통합
  • 남해안신문 기자
  • 승인 2009.10.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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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우 시민협 실행위원장

 근래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는 도시 통합에 대하여 순천의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통합 건의서를 제출하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통합대상을 여수시, 순천시, 광양시, 구례군으로 하고 있으며, 시민 13,000명의 서명을 받았고, 정부가 정해놓은 데드라인 9월말의 하루 전인 9월 29일에 제출하였다. 이에 따라 순천시에서는 통합 건의서를 전라남도를 경유하여 9월 30일까지 행정안전부에 제출하고, 행정안전부는 10월중에 관련 자치단체 지역주민의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숨 가쁘게 통합의 채찍이 가해지던 9월 초에 개인 블러그를 통하여 도시통합은 속도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는데, 이제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통합의 흐름 속에 놓이게 되었고, 찬성이든 반대든 우리의 의견을 제시하여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필자 같은 범부는 통합에 대한 장단점을 제대로 숙지하지도 못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것도 우리의 자의적 의사결정과 추진 일정이 아닌 타의에 의해서 찬반의견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하여 통합의 장단점이나 찬반에 대한 의견보다는 통합에 대한 원론을 다시 한번 피력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통합의 관점은 주민의 삶의 질이 되어야 한다.
통합의 필요성이나 장점을 이야기 할 때 도시경쟁력이나 행정비용, 그리고 인센티브 등을 제시하는데 이런 것들이 통합을 바라보는 관점이 되어서는 안 되며, 통합의 절대적 관점은 주민의 삶의 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규모의 경제학에 근거하여 도시를 통합하면 도시 경쟁력이 강화되고 행정비용이 절감되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삶의 질이 향상되기 위하여 도시를 통합하는 것과 반대로 다른 이유 때문에 도시를 통합해보니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것은 절대적 목적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내용에 있어서 천지차이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통합의 절대적 관점은 주민 삶의 질이 되어야 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인가라는 고민 속에서 통합이라는 문제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로, 통합의 원칙은 주민들의 의사에 의한 자율적 결정이 되어야 한다.
말은 주민들의 의사에 의해서 결정한다고 하면서 시한을 결정해놓고, 언제까지 하면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으며, 그때까지 자율통합이 되지 않으면 강제로 통합시키겠다고 협박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말이 좋아 자율이지 강제통합과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사탕발림과 옆구리 찌르기를 하면서 책임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려는 술수로 보일 수 있다. 지역의 주민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언제 어떻게 통합할 계획인데, 이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이런 것들이 있으니 그런 문제를 좀 해결해 주길 바란다. 이것이 주민들의 의사에 의한 진정한 자율통합이다.

셋째로, 통합의 방식은 공동체 실현이 되어야 한다.
하나의 지역이라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정서적으로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생활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물과 기름을 같이 합쳐놓는다고 하나의 물질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단순하게 행정구역이나 행정체계만 통합된다고 해서 하나의 지역이 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갈등만 조장할 수가 있다.

진정한 통합이란 서로 섞이어서 모든 부분에서 하나의 공동체 정신으로 묶어질 때에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방식으로 통합은 추진되어야 한다. 작은 것 하나씩부터 이루어지는 공동체 실현의 노력 없이 통합만 이야기 하는 것은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일 뿐이며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 도시통합에 대처하기 위하여 슬기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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