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통합,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화해와 통합,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 한정우 시민협 실행위원장
  • 승인 2009.08.31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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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셨던 두 분을 우리는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엄중한 시기에, 그나마 민주주의를 향한 부르짖음이 있을 때 울림이 될 수 있는 거목들을 우리는 모두 다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민주투사들을 모두 잃는 상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상실의 시대에 방송과 언론에서는 연일 화해와 통합을 이야기 한다.

그것이 고인의 유지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과 화해하고 무엇과 통합해야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람을 죽어나가게 만드는 이명박 정부와 화해하며, 귀와 입을 막는 독재정권에 통합하자는 것인가? 고인이 진단하신 대로 민주주의의 위기, 서민 경제의 위기, 남북문제의 위기라는 현실과 이것을 만들어가는 권력에 화해하고 통합하라는 것인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들이 하자는 대로 살아가라는 것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가 화해와 통합이라는 억지주장을 보면서 필자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후퇴를 실감한다. 고인은 화해와 통합을 실천하신분이지만 이것이 현재 우리가 받아 안아야 할 고인의 유지가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받아 안아야 할 고인의 유지는 독재에 맞서는 단결과 투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삶에서 보여준 화해와 통합을 추구하는 것은 절대선이며 지상과제이다. 우리가 배우고 실천해야할 화해와 통합은 무조건적인 화해와 통합이 아니라 고인이 이루었던 민주주의와 남북평화로의 화해와 통합이다.

고인이 보여준 진정한 화해와 통합은 독재정권에 맞서 목숨을 걸고 독재 권력을 반대하는 모든 양심세력과 단결하여 투쟁하였기에 가능했었던 것이다. 고인은 일생을 통하여 진정한 화해와 통합은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결과 투쟁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신 것이다.

시대는 다시 민주화 이전으로 복귀하고 있다.
정권은 보수 한나라당이 장악하여 마음대로 각종 악법을 만들어내고 있고, 언론은 이미 독재 정권의 손아귀에 들어가서 진실의 입과 귀를 막고 있다. 노동자는 생존을 하지 못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경제는 1%의 가진 자들만을 위하여 굴러가고 있고, 남북은 다시 긴장과 전쟁의 위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던 큰 지도자들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우리는 지리멸렬해 있으며,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지 제대로 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독재를 꿈꾸는 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더 이상 슬픔에만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 다시 우리가 싸워야 할 때인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행동할 수 있는 양심뿐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고인의 신념으로 깨어나야 한다. 행동할 수 있는 양심을 깨워 조직화해야하고, 단결하여 투쟁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하고 민족통일의 선봉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고인의 진정한 유지인 것이다.

진정한 화해는 원망이 없어야 가능한 것이고, 진정한 통합은 불만이 없어야 가능한 것이다. 원망과 불만이 있는 한 화해와 통합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고인의 말씀처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통일에의 염원이 무지개 같이 피어오르는 나라가 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화해와 통합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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