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잘 써야 합니다.
돈은 잘 써야 합니다.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9.06.15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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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돈은 잘 써야 합니다.” 최근 미국에 있는 로버트 김이 나에게 보낸 이메일에 있는 말이다. 로버트 김은 미 해군정보국(ONI) 근무 중 1996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간첩음모죄로 9년 징역형, 3년 보호관찰의 선고를 받고 펜실베이니아 알렌우드 연방교도소에서 복역했다.

2004년 모범수로 인정받아 15% 감형으로 7월 27일 오후 2시 전자감응장치를 해제하고 완전석방 됐던 이력을 가진 선배다. 조국을 위해 정보를 제공했다 고통과 영욕의 세월을 보냈던 재미 동포다. 그가 보낸 이메일은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세계적인 경제 불황 동안 자선활동을 위해 기부금 모금과 그 사용전략을 세웠다는 소식과 정경유착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최근에 미국의 억만장자 몇 명이 쥐도 새도 모르게 뉴욕에서 회동을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를 알고 ABC 방송이 이 사실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동에 참석한 사람들은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테드 터너,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불름버그, 데이비드 록펠러, 엘리 브로드, 피트 피터슨 등 미국을 대표하는 부자들이었습니다. 미국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부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쥐도 새도 모르게 이 회동에 참여한 부자들은 보통 부자들이 아닙니다.』라고 시작된다.

요약하면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게이츠-밀린다 자선단체를 세워 세계질병퇴치 운동을 하고 있고 특히 후진국 어린이들의 질병퇴치를 위해 많은 재산을 내 놓고 CEO 자리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고 이 운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으로 빌 게이츠 재단에 많은 돈을 후원하고 있다.

소로스 펀드매니지멘트 투자회사 조지 소로스도 투자의 귀재로 알려졌다. 국경을 가리지 않고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우리나라가 IMF 신세를 져야했을 한국에 와서 많은 달러를 빌려주어 한국이 IMF시기를 빠르게 지나가게 한 사람이다. CNN 방송국 테드 터너는 부인이 왕년에 유명한 여배우인 제인폰다이다. 영화와 스포츠 산업에 관여하고 있고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대표주자로 반전운동에 앞장서기도 해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세계기구인 UN의 최대 기부자이기도 하다.

오프라 윈프리는 오랫동안 토크쇼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의 흑인 중 가장 부자로 선정되었다. 2007년에 남아프리카에 좋은 여자학교를 설립하여 가정형편이 어려워 좋은 교육을 못 받는 아이 150명을 직접 선발하여 지도자 교육을 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이클 불름버그는 현재 뉴욕시의 시장이며 자선사업가로 알려졌으며 유명한 불름버그 통신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 모든 금융인들이 이 회사의 정보를 주시하고 있다.

데이비드 록펠러는 뉴욕 주지사를 지난 넬슨 록펠러의 장남으로 할아버지 데이비드 록펠러가 벌어드린 부를 지금도 관리하고 있다. 피트 피터슨은 재정학 박사이며 플로리다 대학에서 교수로 있다가 정치에 입문하여 하원의원을 3번 역임했고 록펠러의 자선사업정신에 감명을 받아 자선가로 헌신하고 있다. 재정 관리의 귀재로 많은 부를 축적했다. 이 부자 중에 록펠러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수성가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부가 어떻게 창출되었든 간에 그들은 그 부를 좋은데 쓰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 주위에는 정치인들이 없다는 것이다.

로버트 김은 꼬리 글에서 “지금 한국에서는 자수성가하여 돈을 모은 분이 주위에 모여드는 정치인들을 도와주어 그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분이 그가 모은 부를 좀 더 좋은 곳에 사용했다면 그로부터 돈을 받아 고통을 받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그분은 한국사회의 모범이 되어 많은 사람의 추앙을 받았을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전직 대통령들과 유명 정치인들의 법정 세우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들의 불행 뒤에는 항상 기업인이 도사리고 있다. 현 한국사회가 돈을 벌기는 쉽고 쓰기는 어렵다. 정경유착은 건전한 기업을 막고 부패한 정치인을 양산시키게 된다. “돈은 잘 써야 합니다.” 공익을 위한 일에 떳떳이 쓰여야 합니다. 비록 로버트 김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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