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원목사 순교성지 교계 앞장섰으면
손양원목사 순교성지 교계 앞장섰으면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9.02.0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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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손양원 목사는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았다. 한센병 환자들과 고통을 함께하고 일제 강점기 때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옥고를 치렀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전쟁폭력에 단호히 반대하고 자신을 죽이는 사람을 위해 죽는 순간까지도 기도한 참사랑을 실천한 성스러운 순교자다. 그의 아름다운 삶을 기록한 “사랑의 원자탄”은 7개국어로 번역되어 세계 기독교인들의 가슴을 울리게 했다.

1939년 7월 14일에 여수 애양원 교회로 부임한 손 목사는 설교 때마다 신사 참배반대를 외쳤다. 1940년 9월 25일, 경찰에 연행됐고 1년 6개월 형을 받았다. 1943년 5월 17일, 출옥할 날이 가까이 왔을 때 담당 검사가 사상의 전환을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당신은 덴꼬(轉向) 문제이지만 나에게는 신꼬(信仰)가 문제이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사상전환을 거부했다. 1948년 10월 25일, 여순사건에서는 두 아들을 잃었다. 사건이 수습되고 동인, 동신 두 아들을 죽인 자들 중의 하나인 '안재선'이라는 학생도 체포되어 총살을 당하게 됐다. 그 소식을 들은 손 목사는 계엄 사령관에게 찾아가서 "나의 죽은 아들들은 결코 자기들 때문에 친구가 죽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라면서 그 학생의 석방을 간청했다. 풀려나온 안재선을 양아들로 삼아 손재선으로 이름을 바꾸고 부산의 고려 성경 고등학교에 수학하도록 주선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했다. 손 목사야말로 하느님이 주신 계명을 말씀 그대로 순종하고 복종하여 사랑을 실천한 20세기 사랑의 사도요, 성자였던 것이다.

1950년 뜻하지 않는 6·25동란은 잠깐의 공산 치하에서 손 목사를 그냥 두지 않았다. 1950년 9월 13일 공산군에 체포 되어 1950년 9월 28일 저녁 11시 여수 근교 미평에서 총살당했다. 손 목사의 나이 48세였다. 그는 마지막까지 양들을 보호하고 자기를 죽이려는 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한 것이다.

두 아들을 잃고 장례식 때 드린 9가지 감사는 형언 할 수없는 애절함과 원망을 그리스도의 사랑에 다 용해 해버린 위대함의 절정이다. 인종·나라·종교·풍습 등을 초월하여 온 인류는 서로 평등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박애주의 표상이다. 첫 번째 “나 같은 죄인의 혈통에서 순교의 자식을 나게 하셨으니 하느님 감사합니다.”로 시작하여 전도하다 총살당해 순교한 것도, 두 아들의 천국행도, 내 사랑한 두 아들을 총살한 원수를 회개시켜 내 아들로 삼고자 하는 사랑하는 마음을 주신 것도, 하느님 감사 합니다고 끝을 맺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종교 테마를 관광지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영광군의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원불교 영산성지, 당진군의 김대건 신부 유적지 등 지역 이미지를 홍보하는데도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참사랑을 실천한 상징인 애양병원과 역사관 그리고 손양원목사 순교기념관이 있는 이곳에는 매월 1만 5천에서 2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다. 하지만, 한센병 환자들의 애양원 기념관에 보관 중인 귀중한 사료, 성화 7점, 사진액자 98점, 옥중편지 8점, 유품 100여 점이 있지만 점차 훼손되어 초라함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현섭 여수시장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나라와 민족을 위한 2009 신년조찬기도회에서 손양원목사의 영혼과 사랑의 흔적이 묻어있는 역사적인 순교와 유적지를 보존하는 성지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숭고한 뜻을 기려 종교를 초월한 진정한 신앙의 체험장과 세계적인 유적지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국가 지원을 요청했다. 손 양원목사의 순교성지는 여수가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있기에 더욱 시급한 과제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계가 나서 범시민적인 성지화 작업에 나서야 할 때다. 교파를 초월하여 박애주의 실천의지를 가진 여수 시민임을 자랑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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