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칸타타에 여수는 없다”
“이순신칸타타에 여수는 없다”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8.10.23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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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만원 들여 대표 문화브랜드 조성 복안
일부 악보 공연 3일전 도착 … 홍보도 엉망
무리한 공연 강행 … 대표 문화브랜드는 뒷 전
박총장 “내년 2월 직접 지휘 … 명품 만들겠다”

여수시가 여수의 대표 문화브랜드로 계획한 이순신 국악합창교선곡(칸타타) ‘칼의 노래’가 공연 3일전에 최종 악보가 도착하는 등 충분한 연습이 이뤄지지 않은 채 지난 9일 공연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시가 문화사업에 이례적으로 9000만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공연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정작 공연 당일에는 500여명만이 공연장을 찾았으며 내용자체에도 여수의 정체성을 담은 부분이 없어 문화브랜드 조성사업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초연부터 각종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여수시의 이순신 문화브랜드 사업 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는 지난해 9월 이순신칸타타를 제작해 여수를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로 조성키로 했다. 특히 지난 10일 여수에서 열린 전국체전에 맞춰 대대적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공연과 세계 순회공연을 한다는 복안이었다.

이를 위해 시는 소설 ‘칼의 노래’의 원작자인 김훈씨와 원작사용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 17일 중앙대 박범훈 총장과 3000만원의 작곡계약을 맺고 국악과 합창이 참여하는 이순신칸타타 제작에 착수했다.

당시 시는 ‘칼의 노래’ 자체가 대작이라 국악단과 합창단이 한 두 달 연습으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연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2008년 3월 1일까지 작곡을 하는 것으로 박 총장과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박 총장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박 총장도 당시 협약기일에 맞추지 못하자 3월 6일 기일연장을 요청해 왔고 여수시는 4월 3일 재협약을 통해 공연 40여일을 남겨둔 8월 31일 납품하도록 변경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9월 1일 작품이 납품됐지만 이번에는 10월 10일 열린 중앙대 개교 90주년 행사와 겹치면서 합창반주를 위해 아쟁이나 거문고가 볼 수 있도록 편곡한 악보인 파트본 완성이 늦어지기 시작한 것.

이러다 보니 최종 악보가 공연 3일 전에야 국악단원들에게 전달되는 등 준비과정 자체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여수를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를 제작한다는 당초 계획은 사라지고 전국체전 일정에 맞추기 위한 일회성 사업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했다.

더구나 충분한 연습이 이뤄지지 않은 채 공연이 강행되다 보니 여수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본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오히려 미숙한 공연으로 지적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칸타타 작곡을 담당한 박범훈 총장도 공연 전날인 8일 국악단원과 합창단원들을 찾아가 “악보가 늦게 도착하고 일부분에서는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은 점이 있다”며 “공연이 아무런 실수 없이 끝이 난다면 그것 자체가 기적이다”고 할 정도였다.

여기에다 홍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수시는 이번 공연과 관련해 별다른 홍보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각 언론사에 홍보자료를 배포하지도 않았으며 문화브랜드 사업에 대한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도 없었다.

이러다 보니 공연이 열린 9일 시민회관에는 1000여석이 넘는 전체 좌석 중 절반 이하인 500여명만이 자리했을 뿐 ‘칼의 노래’ 공연 자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내용에 대한 지적도 있다. 실제로 여수시는 이번 작품을 ‘명성황후’에 버금가는 대작으로 만들어 그 속에 여수를 담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공개된 내용은 원작인 ‘칼의 노래’에 충실해 여수에서 거북선을 창제한 부분이나 전란을 성공적으로 이끈 삼도수군통제영 영민들의 모습은 담고 있지 않다. 이러다 보니 지역내 문화관련 인사들은 “여수가 빠진 반쪽짜리 작품이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수시 국악단 송선원 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이순신을 여수를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최초의 사업이다”며 “초연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향후 보완을 통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작곡을 맡은 중앙대 박범훈 총장도 "이번 공연과 관련해 여러가지 악재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총장임기가 끝나는 내년 2월께 이번 작품에 대한 수정은 보완은 물론 직접 지휘를 통해 세계적인 공연품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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