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전국체전을 보면서
제89회 전국체전을 보면서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10.2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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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고한석<논설위원>
‘친환경 체전’을 표방한 제89회 전국체전이 숱한 기록과 화제를 양산했다. 전남도내 17개 시군에서 분산개최 된 행사였지만 주 무대는 단연 여수.

해외동포 선수단을 포함 한 전국선수단 등 총 2만5천여 명이 집결한 가운데 진남경기장에서 화려한 식전행사와 함께 성화를 점화함으로써 개회식을 갖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연이어 마라톤.육상.농구.야구.배드민턴.요트.트라이애슬론 그리고 보디빌딩과 일반부 당구시범경기를 체전기간동안 내내 여수에서 개최한 것도 개항 이래 처음 있는 대규모 행사다.

지난 2006년 경험한 전국 국민생활체육 대축전 이후 처음 갖는 이번 대규모 행사는 그래서 2012년 개최될 엑스포를 앞두고 기반시설.교통.숙박.시민질서.거리환경.자원봉사자들의 활약.공직자들의 근무자세 등을 점검해보는 사전 준비연습이라 해도 무방한 좋은 경험이었다.

따라서 대회가 끝나면 여수시는 주도면밀하고 총체적인 대회결산을 통해 과연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이 시행착오였는지 그리고 효과와 반응이 좋았던 것은 더욱 향상 · 진작시킬 방안이 무엇인지 등 개선점을 도출해내 값진 자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 학계 시민 등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런 의미를 두고 체전 기간 중 경기장을 대충 스케치해보면.
역시 스타급 선수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진남체육관 배드민턴 경기장에는 베이징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보러 온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경기장은 그야말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7개 코트에서 각 지방을 대표하는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 남녀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멋진 묘기와 기량을 보여줄 때면 관중들은 큰 함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로 선수들에게 화답했다. 올해로 83세인 중앙동 거주 김 갑준 옹(翁)은 ‘80여 평생 고향에서 처음 본 큰 대회’라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외래 관광객들에게 민망하기 이를 데 없는 경우도 있어 명암이 엇갈렸다. 체전에 맞춰 급히 개장한 야구장은 관중석이 1루 3루 쪽 수십 석을 제외하고는 아예 맨 땅에 퍼질러 앉아서 볼 수밖에 없는 형국으로 누가 보아도 실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주차장 쪽을 지나 경기를 볼 수 있는 경사진 맨땅을 향하는 출입구(?)는 어린이들이 힘겹게 올라야하는 경사각을 이루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지고 있었다.

망마 경기장은 체전의 하이라이트라 할 각종 육상경기가 진행돼 풍성한 기록을 이룩했으나 썰렁할 정도의 적은 관중들 참관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경우는 초·중고교생들의 현장학습 시간으로 삼아 경기장을 찾아 대회도 참관하고 특정지방을 떠나 박수와 함성으로 선수들을 응원한다면 이중의 상승효과가 나지 않을까.

또한 여수시가 전국에 여수시 전역의 빼어난 풍광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개막 3개월 전부터 예산과 공을 들여 단장에 들어갔던 마라톤 코스가 TV생중계는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는 사실을 두고 크게 낙심했다는 소식은 씁쓸하기에 앞서 대한체육회와 방송국 측에 치밀한 사전 조율도 없이 무턱대고 진행했던 게 아닌가 싶어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럽고 안타까운 몇 가지를 빼고는 큰 사고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교통대란도 겪지 않고 대회를 마친 것은 엑스포를 앞두고 고무적인 현상임엔 틀림없다 할 것이다.
그 저력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땀 흘린 사람들의 숨은 공에서 비롯했다.

체전 기간 내내 여수 시가지는 이른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시내 곳곳을 청소하는 미화요원들이 만나는 사람마다 “안녕하셨습니까? 좋은 하루 되십시오!” 라는 정감어린 인사로 시작해 그들의 노력으로 깨끗한 거리가 조성되고 곳곳이 꽃으로 장식되는가 하면 자원봉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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