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매 녹네 녹아, 어찌 이리 맛있다요"
"워매 녹네 녹아, 어찌 이리 맛있다요"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10.1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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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 사로잡는 여수 서대회무침
▲ 매콤 살콤한 여수 서대회는 이미 미식가들로부터 정평이 나 있는 여수에서 꼭 먹어야 할 맛 중의 하나다.
살랑살랑 가을 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 바닷내음을 맡으며 즐기는 행복한 고민, 먹거리 여행이다.

남도야 음식의 본고장이라 두말 하면 숨 가쁠 테고. 그중 여수에 와야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음식중 최고는 단연 서대회무침.

유명한 음식점이 더러 있다. 여수시 중앙동 돌산나루터 인근 삼학집도 그중 한 곳.
60년 넘게 손 맛을 이어왔다. 주인장에 이어 며느리, 이제 손녀딸까지 거들고 있어 맛에 관한 한 일품이다.

서대회는 일단 깨끗이 씻은 뒤 서대를 한 줄에 놓고 켜켜이 비닐을 깔아 냉동실에서 이틀간 급랭시킨다. 이렇게 해야 살균이 돼 탈이 없다.

이어 냉장실에서 하룻밤동안 해동을 시켜 요리에 나선다.

서대회무침을 위해서는 세로로 약 1㎝두께로 썰어야 양념들이 잘 스민다.

잘 썰린 서대회에다 고추장과 조청, 무, 부추, 마늘, 생강 등을 버무리면 된다.
맛을 내는데 첫 손에 꼽는 것은 식초. 흔한 양식초 대신, 막걸리를 이틀간 가라앉힌 웃술을 한햇동안 발효해 이듬해에 식초로 만들어 사용한다.

식당에 들어서면 바로 신맛이 콧속을 두드린다. 벌써 맛을 아는 이들은 설렘을 애써 달랜다.

상에 턱 놓인 서대회무침.
우선 대여섯번 젓가락질을 한다. 달콤한 기운이 먼저 온다. 한껏 부드러운 서대회가 살살 녹는다. 양이 많아 어느덧 충만하다.

입안 가득 몰려든 것은 매콤한 맛이다. 혓바닥과 입천장이 얼얼해질 무렵 밥공기를 찾으면 된다. 매콤한 맛에 과부하가 걸리면 준비된 양푼에 회무침을 많이 덜어 젓가락으로 살살 다시 비빈다.

여기에 밥을 넣고 숟가락으로 충분히 비빈다. 회무침에서 비롯된 물기운이 밥에 스민 뒤 선호도에 따라 김가루 따위를 얹어 먹어도 좋다.

서대회무침 비빔밥은 매울수록 기분이 상쾌해진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들도 함께하면 그만이다.

살살 씹히는 서대회는 뼈가 살인지, 살이 뼈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한없이 부드럽다. 한참 비비고 먹다보면 입안이 다시 얼얼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배추실가리된장국. 매운 맛을 순간 잊게 하고 뱃속이 따뜻해져 온다.

‘할머니 여기 밥 한공기 더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남은 회무침과 상추 따위에 다시 버무리면 된다. 다른 사람 눈치는 뒤로하고 ‘서대회무침세상’으로 푹 빠지면 된다.

서대회는 생선 특성상 얼른 무르는 탓에 여수 현지에서 먹는 것이 가장 낫다.
주인장이 한마디했다. “서대회는 맛이 안 변해, 1년 열두달 한 맛을 낸께…내 인생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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