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물욕(物慾)의 바다라 했을까?
왜, 물욕(物慾)의 바다라 했을까?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08.06.03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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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타고 일본여행 19] 마무리하며
▲ 범선에서 맞이한 해돋이.
숟가락 놓고 돌아서면 배고픈 게 '배'

하멜 항로를 따라 떠났던 일본 여행. 연어처럼 이 길을 다시 거슬러 고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가슴에는 왠지 모를 설레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 조국, 내 고향이 그리운 탓이겠지요.

떠남은 설레임을 안고, 돌아옴도 설레임을 갖습니다. 떠남의 설레임은 호기심에 대한 설레임이요, 돌아옴의 설레임은 가족들과 해후가 기다려지는 설레임입니다.

돌아오며 해넘이와 해돋이를 보았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맞이한 해넘이. 처음으로 망망대해에서 보는 해넘이는 가슴을 출렁이게 했습니다. 해넘이와 함께 일본에서의 추억의 파편들을 서해 바다로 넘겨야겠지요.

▲ 해넘이.
왜, 물욕(物慾)의 바다라 했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여행에서 음식 걱정은 없었습니다. 오정순 씨의 수고로 범선에서 식사를 한 덕입니다. 간혹 먹는 일본 현지식이 별미일 정도였죠. 식당에서 5000원 하는 음식도 선상에선 10,000원 이상이라 합니다.

왜? 분위기와 운치가 더해져서랍니다. 해넘이와 함께 한 선상에서의 저녁은 그 이상이겠지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숟가락 놓고 돌아서면 배고픈 게 배다.”던데 그 말이 만고의 진리(?)임을 실감합니다. 이유인 즉, “물결의 출렁임에 오장육보까지 움직여 운동을 하기 때문”이랍니다.

일본 연근해를 벗어나 잠시 범선의 엔진 소음이 사라지고 무동력으로 움직입니다. 해류의 흐름 속으로 들어갑니다. 고요와 정적의 바다. 대한해협 한 가운데에는 돛의 팔랑거림만이 세상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강성길 씨는 “바다는 인간의 마음과 같다”고 합니다. “바다는 잔잔하다가도 언제 어떻게 변할 줄 모른다. 해일은 차근차근 오는 게 아니라 갑자기 순식간에 육지를 덮친다. 사람도 한순간에 질풍노도처럼 있음을 쓸어버린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 ‘물욕의 바다’라 했을까? 갑판에 누워 친숙해진 파도와 물결의 속삼임을 듣습니다.

▲ 돛을 펼쳐 바람타고 가는 야간 항해.
▲ 해넘이를 보며 식사를...
가슴 졸이며 기다린 ‘해돋이’

대양에서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서둘러 일어납니다. 날씨가 썩 좋지 않습니다. 안승웅 씨는 “바다에서도 물안개 때문에 수평선에서 바로 떠오르는 해를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가슴 졸이며 태양을 기다립니다.

새날 新 태양 / 강명주

먼동이 틀 무렵
눈부신 빛살을 보았는가
날아오르는 태양
힘찬 날갯짓 보았는가
가슴 벅차게 내 안으로 스미며
뼈까지 할퀴는 긴장 느껴 보았는가
인생의 동반자여
날마다
태양의 진한 포옹 감격이지 않는가

새날에는 너와 나
신 태양의 빛살같이
태양빛 출렁이는 물결같이
힘찬 도약만 약속하자
새날에는 우리
태양을 닮아
높고 깊은 산하 메마른 사막
굴복을 보자
지칠 줄 모르는 태양같이
하늘로 날아
접었던 날개 번쩍 펼치자

▲ 대양의 해돋이.

여행 후기

스스로도 많이 보고, 배우게 된 여행이었습니다. 함께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까칠한 성격 받아주시며 통역 해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일행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참지 못하던 유시정 씨의 모습이 눈에 제일 선합니다. 유시정 씨의 일본 교환 근무 사정 등에 대해 기사화를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나라 망신 안 시키려고 애쓰던 모습들. 선상에서 마지막으로 먹었던 팥죽 맛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범선에서 팥죽을 먹을 줄이야!

모든 분들의 밝은 내일을 염원합니다.

▲ 팥죽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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