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사고 예찬
과학적 사고 예찬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04.21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난중일기] 고한석<논설위원>
인문(人文)분야에만 줄기차게 관심을 가져왔던 필자가 주제넘게도 ‘자연과학’을 운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세상살이에 제법 익숙해진 연치(年齒)에 이르자 사고(思考)의 틀이 종전의 사변적(思辨的)인 모양 세에서 다분히 선험적(先驗的)인 틀로 바뀌게 됨은 자연스러운 귀결인 것 같고 이어 경험을 중요시하는 자세로 전환된 건 곧 과학에 대한 외경(畏敬)으로 작용하기에 용기를 갖는다.

연중 수많은 기념일 중 21일은 ‘과학의 날’이고 22일은 ‘정보통신의 날’이다. 관련자는 아니지만 문득 우리가 접하고 있는 온갖 사물들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명쾌하고 통렬한 논리로 미망(迷妄)의 우리를 일깨워주는 과학적사고야 말로 문화와 문명을 창출한 인류의 커다란 성과임을 부인할 수 없고 또 끝없이 탐구해나가야 할 과제임도 확실하다고 믿는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의구심과 상상력이야말로 과학의 원동력이란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말이다. 그 같은 소산으로 지난 세기에 달성한 과학적 발견들은 그 어떤 SF소설보다 쇼킹하게 변화된 사회현상을 낳게 만들었고 그로 말미암아 인간의 우주관과 과학의 패러다임은 도무지 예측도 할 수 없는 광활한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고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공통된 생각인 것 같다.

과학엔 교훈이 수반된다. 가벼운 예를 들어보자.
‘역사를 바꾼 과학이야기’ 저자는 나폴레옹이 화학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세계사가 바뀔 수도 있었을 거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기했다. 러시아를 정복하기 위해 출정한 나폴레옹 군대의 군복 단추에는 주석(朱錫)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주석은 저온에서 금속성을 잃고 부스러진다. 결국 나폴레옹 병사들의 군복 단추는 러시아의 강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고 말았다. 병사들은 단추가 없어진 옷자락을 추스르느라 무기도 제대로 못 잡고 싸움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한 채 퇴각하고 말았다는 것. 만약 나폴레옹이 주석의 화학적 성질을 알았더라면 패배하는 일을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가설에 불과 하지만 과학적사고의 중요성만은 제대로 짚었다 할 것이다.

세계적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청소년을 겨냥 “미래세대가 이성을 통해 그리고 증거를 토대로 자연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길 바란다.”고 주문하고 있다. 무신론자인 그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고 그의 빛나는 지성만은 그가 과학자의 길을 걸어왔기에 가능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과학만능은 아니다.
'미국 최고의 과학 저술 상' 수상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앨런 와이즈먼은 과학논픽션 ‘인간 없는 세상’을 통해 분명 경고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한국의 DMZ를 돌아보고 50년 세월이 빚어낸 기적이라고 전제한 후 이념이나 빈부도 없이 반달가슴곰·스라소니·사향노루·고라니·산양이 돌아다니는 비무장지대에 찬탄의 소리를 내뱉는다. 그러나 미구에 개발 세력들에게 먹혀버리기 쉬울 거라는 우려도 밝히고 있다. 즉 과학발달도 자연친화적이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고다. 과학적 사고로 단련된 사람은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어느 부분에 종사하든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더 높게, 더 멀리, 더 넓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