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색조끼'의 사랑 나누기!
'오렌지색조끼'의 사랑 나누기!
  • 오문수 시민기자
  • 승인 2008.03.12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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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석유(주)여수공장 봉사단의 지역사랑
▲ 한화석유 봉사대원과 여수 무선지역아동센터 자매결연식에서 아이들이 선물로 받은 핸드벨을 흔들고 있다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기업의 지역 사랑’

말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기업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이윤추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한화석유(주)여수공장은 여수 지역의 300인 이상 사업장 24개 중 유별나게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기업이다. 회사의 주 생산품은 비닐과 PVC 원재료다.

여타 기업도 지역을 위한 환원 노력을 한다. 연 매출액이 수조에 달하는 일부 기업도 봉사활동에 참여하지만 주로 기금모금에 돈을 낸다. 하지만 한화 여수공장은 자원봉사를 통한 참여형 사회 봉사활동에 힘쓴다.

1997년 300명으로 시작한 봉사대가 지난해에는 3780명으로 늘어났고 기금 모금액도 연 2억 3천만원으로 엄청난 증가를 보였다. 봉사 기금 모금 방식도 조금 새롭다. 한 계좌에 5백원씩 넣는 기금모금을 전직원이 보통 10~20계좌씩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매칭그랜트’제도를 활용해 지원한다.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제도란 자기가 낸 기금의 150%를 그룹에서 지원하는 선진모금제도다.

현재 20개 봉사팀이 조직돼 40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첫해인 97년 22회로 시작한 봉사활동이 지난해엔 450회를 맞았다. 회사의 봉사활동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컨소시엄화이다. 한화가족뿐만 아니라 여수해양경찰서, 여수시 직능봉사단, 여수시민자활 후견기관 등 수많은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저소득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 아동들에게 방과 후 직접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공부방 사업’, 사회복지시설과 여수시 추천을 받아 ‘사랑의 집수리’ 활동 등을 한다.

둘째는 특화사업이다. 광주지검 순천검찰청과 동부지역 범죄예방위원회와 연계해 재소자들에게 ‘밝은 세상 만들기’의 참 의미를 일깨워주고, 보호관찰대상자들에겐 원호금 및 교육물품을 기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밀착형이다. 임직원 및 임직원 가족이 참여하여 ‘섬지역 어촌계와 자매결연’, ‘독거노인 대상 1:1 자매결연해 안부 전화하기’, ‘무의탁 노인과 신체 및 정신장애 어르신들 목욕봉사 활동’ 등을 한다.

특히 계전팀의 ‘밝은 세상 전기시설 봉사대’는 복지관과 연계해 2001년부터 관내 독거노인, 소년소녀 장애인 세대를 대상으로 노후된 전기시설 및 수도, 가전제품, 보일러 보수 등 을 매월 실시하고 있다. 계전팀의 전문 인력이 아니라면 꿈도 꿀 수 없는 맞춤형 봉사활동이다. 이 밖에도 도시락 배달, 중장비 동원 보수 작업, 농아원 방문 등의 봉사활동과 소독약 설치 등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연석 한화석유화학 공장장은 "나눔과 봉사는 밝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첫걸음인 동시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 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 한다"며 "향후에도 더욱 전략적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한 특화사업을 실천 하겠다"고 말했다.

▲ 한화석유(주)여수공장 봉사대원들
지난 6일 오후 6시. 여수시 화장동 여수무선지역 아동센터에서는 한화석유(주) 여수공장 봉사대 LLD생산팀 20여명과 무선지역 아동센터와의 자매결연 협약식이 있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센터장 차아무개씨는 대학생이던 1990년대 마을에 있는 조그만 공부방에서 학생들을 돕다가, 여수공항 확장공사로 마을이 철거되자 무선으로 이주해와 이듬해인 2005년 무선지역아동센터를 열었다.

차 센터장은 "바로 인근에는 이주민이나 철거민 등 기초수급대상자들이 300세대나 산다"며 "대부분이 한부모나 조손가정이어서 아이들 학습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때는 먹을 쌀이 떨어져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정도 있다"며 "이런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주고 자존감을 심어줄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도움의 손길을 줬다"고 말했다.

"필요한 것이 없느냐"는 회사의 물음에 음악교사인 정영경씨는 25화음을 낼 수 있는 핸드벨과 키보드를 요청했다. 핸드벨은 협동심과 단결심을 키워주며 서로를 배려하는 힘을 키워준다. 심성교육에 아주 좋은 교육재료다.

정영경 교사는 리듬악기인 트라이앵글, 탬버린, 큰북, 작은북, 리코더, 오카리나와 협연을 통해 여수에서 제일가는 핸드벨 합주단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문화체험, 요가, 피아노, 미술지도와 영어지도를 주로하는 센터장인 차씨는 오전 9시부터 밤10시까지 근무한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재미있고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센터장의 추천을 받아 미리 선물과 장학금을 전달받은 소년소녀가장인 모 중학교 3학년 학생의 편지다.

"… 아저씨들께서 열심히 일하신 귀중한 돈으로 선물과 장학금을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일단 장학금은 통장에 넣어서 보관하고 있어요. 꼭 필요할 때 쓰려고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저랑 동생들이 이렇게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었던 같아요. 저도 이제 열심히 공부해서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고 훌륭하게 커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습니다. …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불쌍한 눈으로 보는데 우리는 그렇게 약하지 않고 건강하니까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공부방에서 초등학교 동생들을 가르쳐주고 있어요. 아이들은 저를 ‘작은 선생님’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때 저는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도 동생들 도우며 열심히 공부할께요."

아브라함 A 헤셀은 ‘인간의 인간됨이란 타자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은 예민성에 있다’고 했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나눔을 실천하는 그들이 있어 어둠속에 빛이 든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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