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과 평생 함께 살 수 있을까?”
“이 사람과 평생 함께 살 수 있을까?”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08.02.24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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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싶은, 10년차 결혼기념일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자연스레 결혼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양가 상견례와 결혼 준비가 시작됩니다. 그 틈바구니에서도 가장 심사숙고하는 건,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을까?”

어찌됐건, 이 고민을 넘어 1998년 2월 21일 결혼하였으니 올해로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 아내에게 배달한 꽃바구니.
“결혼 10년이 되는 날, 다시 프로포즈 하세요”

아내는 지난 해 말과 올 초에 오금을 박았습니다.

“결혼 10년이 되는 날에 다시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하세요. 하는 걸 보고 또 다시 이 사람과 10년을 살아야 할지 말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후 결정할 거예요.”

간이 철렁했습니다. 뭘 결정하겠다는 말인지, 나 원 참. 막말로 아이 둘 딸린 ‘잡아 놓은 물고기’라 별 다른 생각 없이 지냈는데 이건 청천벽력이었습니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아! 잡은 물고기도 팔딱팔딱 튀어 올라 뛰쳐나갈 수 있구나.”

이런 생각 중에, 아내는 차분히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마무리 펀치까지 휙 날렸습니다.

“내 삶에 대한 결정권은 내게 있어요. 그러니까 10년이 되는 결혼기념일을 얼렁뚱땅 지나갈 생각은 말아요. 그냥 넘어가면 어찌 될 거 같아요? 어찌 되는지 알고 싶어요?”

▲ 결혼 10주년이 되는 올 2월 21일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여수 소호동에도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아내 덕에 앞으로의 결혼생활 10년을 다지다

백 번 천 번 맞는 말입니다. 지당한 말입니다. 그러나 아찔했습니다. 자연스런 표정으로 하는 말과 모습이라니…. 결혼 10년이 되었으니 서로에 대해 알 건 다 알만한 처지인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부부관계도 항상 신선함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이여야 하는 데 간과하고 지내 온 세월에 대한 항변이었습니다. 아내의 반란(?)이라고 치기에는 반성되는 지점이 적지 않았습니다. 뇌리에서 아내의 말이 뱅뱅 돌아 다녔습니다.

‘앞으로 10년의 삶을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가?’
‘새로운 프로포즈 방법은 무엇으로 할까?’
‘아내는 반응은 어떨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내는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이에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행동으로 보여주길 원할 것입니다.

▲ 딸이 준비한 선물입니다. 동전지갑처럼 사랑을 잃지마라는 의미랍니다.
꽃다발과 달집태우기 등의 프로그램 준비

마침, 올 2월 21일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달집태우기로 서로의 마음과 앞으로 10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름대로 주위 사람에게 여자들이 받고 싶어 하는 결혼기념일 선물 등에 대해 조언 받고, 아이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켰습니다. 남편의 가장 큰 무기는 아이들이니까요.

메모를 넣은 꽃다발을 배달시킨 후 아내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전화도, 메일도, 문자도 없었습니다. 저녁에 아내는 아이들을 시켜 레스토랑을 제안했습니다. 달집태우기는 날아간 거죠.

레스토랑 제안을 받고 뜸을 들였습니다. 덥석 받았다간 뒤탈(?)이 염려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채근과 아내의 간절히 바라는 몸짓이 엿보일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래, 가자.”

▲ 보름달이 어느 새 세상을 환히 비추고 있습니다.
잡은 물고기도 그냥 있지 않는다?

색소폰 연주음악이 흐르는 레스토랑으로 가는 사이, 노을진 붉은 석양처럼 홍조 띤 정월 대보름달을 보며 서로의 소원을 빌었습니다.

“토요일, 우리 가족 별자리 보러 가요. 전국에서 10 가정만 신청받는데 우리가 선택되었어요.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한데요.”

저녁 식사 중, 갑작스런 아내의 제안입니다. 말없이 받아들입니다. 아내는 또 10년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나 봅니다.

아들은 좋아하던 돈까스를 다 먹지 못했습니다. 시들시들, 머리에 열이 있습니다. 걱정입니다. 아프면 취소해야 하는데…. 대보름달 빛을 벗 삼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결혼기념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교훈,

“잡은 물고기도 그냥 있지 않는다.
그게 죽음이든, 이별이든 간에.
항상 서로 노력이 필요하다.”


아내는 나의 새로운 10년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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