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따뜻한 아버지'가 최고 아닐까?"
"아버지? '따뜻한 아버지'가 최고 아닐까?"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08.02.15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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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화상 11] 결혼
▲ 자녀들은 아버지의 등에 의지하며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의 마음은 서운하고 섭섭하다 합니다. 그런데 최근 큰 딸을 시집보낸 이영완씨의 얼굴은 환하다 못해 싱글벙글입니다.

- 따님이 결혼해 서운하시겠어요?
“서운할 게 뭐 있겠나. 자기 짝을 찾았는데 즐겁지.”


그렇습니다. 서운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평생을 함께 할 배필을 만나 화촉을 올린 것에 대해 축복하고 축하할 일입니다. 단지, 부모 곁을 떠난다는 사실이 걸리겠지만.

“딸을 시집보내고 서운한 아버지는 대개 세 부류네. 너무 잘해주었거나, 혹은 너무 못해주었거나, 그리고 ‘고생 안하고 잘 살 수 있을까?’하는 석연찮음에 대한 걱정이지.”

이영완씨가 생글생글 웃음 짓는 건, 딸의 ‘사람 보는 눈’에 대한 만족일 것입니다. ‘둘이 알콩달콩 잘 살겠구나’하는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아버지 혼자, 딸 혼수 준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수년 전,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입니다. 당시, 딸을 떠올리던 그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습니다.

“아내와 헤어지고, 혼자서 딸을 키웠는데, 그 고생 말해 뭐하겠나. 자네는 모를 걸세. 아버지 혼자, 딸 혼수 준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딸하고 같이 가전제품이며, 농이며, 한복 하러 다니는데 보통 일이 아니여!

돈이라도 쥐어주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가슴이 미어지데. 저것이 잘 살 것인지? 가까이에 살면 좋을 텐데, 멀리 시집가니 그럴 수도 없고. 명절에나 제대로 볼 수 있을까 몰라.”


그는 신혼여행 떠나는 딸이 전해준 편지를 받아들고 집에서 읽으면서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합니다. 엄마 없이 자란 딸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자식에게 못해준 게 못내 가슴에 남아던게지요.

▲ 김석진, 이다예 부부 잘 살길 바랍니다.
휴식의 의미를 전달하고픈 '아버지'

“마음껏 원 없이 가슴으로 사랑해라.”

이영완씨가 결혼 전날 따님에게 전한 말입니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가 아닌 ‘가슴으로 사랑하라’는 말만했다 합니다. 대체 그는 자녀와 어찌 지냈을까?

“중 3때부터 4년간 주말이면 거실에 누워 (스트레스 해소 겸) TV 오락 프로그램을 봤지. 주중에는 프로그램을 모니터하여, 아이들이 내용을 모르고도 TV를 이해하고 편히 볼 수 있도록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해 줬지. 때로 아내는 아이들이 시험 공부해야 한다고 불만이었지만 주말에는 편히 지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었지.”

그의 딸은 아버지와 누워 TV를 보며 ‘작은 배려’를 눈치 챘을 것입니다. 휴식의 의미를 전달하고픈 아버지였겠지요. 사돈집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그의 딸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결혼 전 남자친구의 부모를 만났대. 딸애가 메일로 무엇하며 지내면 좋을까요? 의견을 물어왔어. 공연 보면 어떨까? 의견을 보냈지. 그날따라 공연이 취소되고, 준비한 선물을 드렸대. 남자친구 부모님께서 포장지를 열었는데 그 속에 편지가 들어 있었대. 선물 안에 놓인 편지를 처음 보신거지. 그 후에 딸애는 부모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대.”

그의 사돈도 선물 뿐 아니라 편지까지 넣은 ‘작은 배려’의 마음을 보았겠지요.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에서 며느리 감에게 선물을 했겠지요. 아름다운 마음들입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겠지요.

▲ 이영완 씨는 배려하는 '따뜻한 아버지'를 권합니다.
"딱 제 아버지 같은 남자 만났겠죠?"

- 사위는 어디가 마음에 드셨어요?
“식사 때 어른들이 숟가락 들고난 후 드는 걸 보고 만족했지. 더 이상 볼게 뭐 있나.”


- 어련하시겠어요. 따님이 딱 제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났겠죠?
“허허~. 사위에게 한 마디 했지. 가정 꾸려 아내 의견 좇는 것도 좋지만 남편이 중심 잡고 살아라 했지. 설득이 안 되면 내가 밀어주겠네 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서로를 맞이하는 모습에서 행복을 읽습니다. 이영완씨 딸이 아버지에게 보낸 메일입니다.

“아빠 정신없이 모든 일이 끝났네요. 항상 쿨한 아빠께 너무너무 고마워요. 요새 인생을 즐기는 아빠 모습이 여유롭고 좋아 보여요. 저도 먼 훗날에 그런 모습의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인생이라는 어려운 책을 받아들고, 첫 장을 넘기기가 어려워 덮어버리고는 했는데, 저는 스승 같은 부모님이 그 책을 한 줄 한 줄 짚어가며 읽어 주시네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아 몇 번을 읽어 봐야할 페이지가 남았겠죠…. 항상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서 자랑스런, 그런 딸이 될게요. 사랑해요!”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란 흔적입니다. 아버지가 한 몫만큼 돌아오는 거겠죠. 부녀지간에 주고받는 메일에서 부러움을 느낍니다. 그에게 아버지 상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따뜻한 아버지’가 최고 아닐까?”


덧붙이는 글 / U포터와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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