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따스한 시선이 좋은 어린이공원을 만든다.
어른들의 따스한 시선이 좋은 어린이공원을 만든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7.11.19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박효준 <편집위원, 여수경실련 사무국장>
아이혼자 그네를 타고 있는 장면은 방송에서 외로움 또는 고독과 슬픔을 상징하는 공식처럼 사용되곤 한다. 도심의 어린이 공원에서 놀고 있는 몇 명의 아이들의 모습도 어쩐지 슬퍼 보인다. 정작 그 아이들이 서 있는 공간은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놀라고 만들어진 어린이공원인데도 이런 느낌은 쉽사리 떠나질 않는다.

어린이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이 모습이 슬퍼 보이는 것은 그 공간에 꼭 함께 있어야 할 어른들의 시선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손녀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자상하게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시선도 없고 아이의 그네를 밀어주는 엄마의 포근함도 없기 때문이다. 시설을 아무리 잘 갖춰 놓는다고 해도 아이들과 함께 해 주는 어른들의 보살핌 없이는 어린이공원은 여전히 위험하고 슬픈 공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날로 파편화되고 개인화가 심각해지는 시대,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고 부대끼는 안전하고 좋은 어린이공원을 만들어 주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어린이공원에서 멀어진 어른들의 시선을 다시 돌려놓는 일이 되어야 한다.

어린이공원 바닥에 깔린 모래에 기생충이 득시글댄다고 해서 고무바닥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바닥으로 인해 골절의 위험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조합놀이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금방 실증내고 만다. 쾌적하고 잘 꾸며진 공간으로 어린이공원이 보여 질 수는 있겠지만 아이들에겐 이내 식상한 공간이 될 뿐이다.

모래의 기생충은 수개월에 한 번씩만 뒤집어 주는 것 만 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어린이공원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시설이 아니라 이를 돌보아 주는 어른들의 관심이라는 것이다. 바래진 그네의 색을 칠하고 바닥의 유리조각을 치워내는 일은 그리 어렵거나 큰 일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조금씩만 관심가지고 보살펴 준다면 마을의 어린이공원은 그 어떤 곳보다도 훌륭한 아이들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을의 어른들이 힘을 모아 반년에 한 번씩 모래를 갈아주고 색을 칠해주는 것, 적어도 한사람씩은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아 주는 것 정도로도 마을의 어린이 공원은 훌륭하고 안전한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변모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공사업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의 일부를 마을의 공원을 지키고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공원 할아버지, 할머니를 임명하여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사업으로 지역의 어린이공원을 아름답게 단장하고 관리하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어른들이 지켜보아 주기만 해도 아이들에게 공원은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하고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