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투명 인간
자선 투명 인간
  • 이상율
  • 승인 2007.07.1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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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소설 “투명 인간”은 SF 소설의 아버지라는  '허버트 조지 웰즈'가 쓴 소설이다. 그는 타임머신, 닥터 모로의 섬, 우주전쟁 등의 소설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타임머신은 어린이들에게 최고 인기였다.

투명 인간이 되면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가고 싶은 곳 어디라도 마음대로 가볼 수 있고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를 보기 좋게 골탕먹일 수 있으며 007로 변해 악당을 통쾌하게 물리칠 수도 있으며 야구나 축구에서 공을 사라지게 하여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미난 일을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을 느끼게 한 것이다. 그 중에서 더 신나는 일은 선생님이 출제 낸 시험문제를 미리 알 수 있어 전교 수석은 따 논 당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시험에 시달리는 학생들이라면 한번쯤 신나는 일로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땅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땅을 팔아 얻은 돈 모두를 불우이웃과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쓰라고 내놓고도 자기 얼굴을 알리지 않고 있는 투명 인간이 있어 화제다. 땅 부자 하면 으레 투기꾼을 연상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그는 투기의 투자도 모르던 사람이다. 한평생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살던 땅이 도시개발 붐을 타고 돈방석에 앉게 되자 그 땅에서 나온 60억을 자선 사업에 기부한 것이다.

고향인 전남 함평에서 땅 한 평 없이 무작정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올라간 그는 18살 때부터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볼펜, 만년필장사를 했다. 이때 모은 돈으로 안경도매점을 시작했고 여유가 생겨 1984년 용인과 수원에 땅 2500평을 샀다.

노후 전원생활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2005년 아파트 단지 건설로 그 가운데 1800여 평이 편입돼 30여억 원의 보상을 받은 것이다. 이 돈을 모 방송국 '사랑의 리퀘스트'에 쾌척했다. 그해 말 또 한 번의 대박을 터트렸다. 수원에 사둔 땅이 광교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로 보상비 40억 원을 받은 것이다. 40억 원 가운데 세금과 기타비용을 제외한 30억 원을 같은 프로그램에 쾌척한 것이다.

그의 자선 행적은 이뿐 아니었다.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로 큰 피해가 났을 때 수재민을 도와달라며 각각 1억 원씩의 성금을 냈다.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자선 사업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자신의 얼굴 알리기를 강하게 거절하고 있다.

성금수혜자들이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라며 수차례 요청했지만 모두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겸손하기 때문에 얼굴 없는 천사로 남기를 원했을 것이다. 적은 돈을 내놓고도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되기를 바라는 사람에 비해 얼마나 값진 자선인가를 깨 닳게 한다.

지금 대선 정국에서는 땅 투기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땅 부자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니고 전국을 대상으로 계획적인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연일 신문과 방송이 보도하고 있다. 땅 투기는 장관이나 고위공직자의 임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로 인해 낙마한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누구 한 사람 땅으로 돈 벌었다며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성큼 돈 한 푼 내 놓은 사람이 있었는가. 이래서 자선 투명 인간의 올 곧은 행적이 더욱 빛난다.

여수는 2012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시민과 공무원 모두가 올인 하고 있다. 만약 유치가 실현된다면 외자 유치도, SOC 확충도 활발해질 것이다. 아울러 이미 다도해 섬 대부분이 외지인들의 소유여서 땅 투기꾼의 온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것은 뻔하다. 그로인해 땅으로 번 돈 지역사회 개발이나 자선기금으로 선뜻 내 놓을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궁금하다.

문득 투자의 귀재라는 웨렌 버핏의 점심 기사가 떠오른다. 버핏과의 점심이 역대 최고가격인 65만 100달러(6억)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타인의 자선기관에 기부했고, 소위 돈을 버는 기업들을 향해 할 수만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희소성 인물, 세계 최고의 부자, 세계 최고의 가치관 소유자 등으로 사회적 대접을 받기 때문에 버핏과의 점심이 최고의 명예요, 자선의 일부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자선 투명 인간과 점심을 함께 하는 그런 선례들이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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