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백의 一口二言
도백의 一口二言
  • 이상율
  • 승인 2007.06.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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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부 일언이 중천금(丈夫一言 重千金)이란 말이 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을 신사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책임 질 수 없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돌에 새긴 글씨는 세월이 가면 지워지지만 가슴에 새긴 말은 영원히 잊히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폭언(暴言)을 경계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을 책임지지 않고 바꿀 때 마치 폭언처럼 사람들의 가슴에 흉터처럼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경원하게 된다.

지난 24일 여수를 방문한 박준영 도지사가 ‘환경관리권 이양을 약속한 적이 없다’라고 말해 여수 시민들을 아연하게 만들고 있다. 오래전 환경관리권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던 그가 하루아침에 말 바꾸기를 했다. 장부 일언 중천금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박 지사는 지난 2004년 9월 16일 여수를 방문한 자리에서 환경관리권이 지방자치단체로 가는 것에 근본적으로 찬성한다며 도청에 올라가는 즉시 산단 환경관리권의 여수시 이양을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하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한 달쯤 후인 10월 8일 여수시의회 의장단이 지사를 만나 환경관리권에 대한 이양 추진 여부를 묻고 돌아왔다.

박 지사는 오염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허가업무 등은 이미 여수시가 하고 있으며 환경오염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각 출동에서부터 사고 후처리까지 모든 것을 여수시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산단 환경관리권의 이양을 위해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전남도 실무 공무원들이 환경업무는 광역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하나의 지자체가 담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지자체에 위임하더라도 지자체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자 결국 박지사도 이들과 한배를 타고 환경관리권 이양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 철밥통 사회에서 흔히 있는 권한을 놓고 싶지 않은 부처 이기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를 남긴 것이다.

특히 24일 여수 방문에서 계속되는 질문에 관리권 이양 파기에 대한 당위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커녕 짜증스런 말투로 답변하는 태도는 선출직 도백으로써는 적절한 태도가 아니었다.

또한 전남도가 환경관리권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발언해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거짓말쟁이 양떼 소년 같은 이미지를 갖게 한다. 여수 산단의 환경관리권 문제는 도백의 정책에 대한 소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공무원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갖게 한다.

여수 국가산단은 분명 여수에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산단에서는 시프린스호 사건을 비롯하여 헤아릴 수없이 많은 공해, 안전사고가 속출하여 이에 대한 사전 대비가 절실하고 위급사항이 발생했을 때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기민한 조치도 뒤따라야 했다.

지금처럼 항상 사고 뒷전에서 관망이나 하는 미온적 대응으로는 국가 산단의 안전을 보장 받기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위급사항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따라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여수시가 이를 관리함으로써 산단의 사고를 줄이고 시민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과 기업 간의 상생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 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지사는 민선 도지사가 도민들과의 약속을 버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 하면서 주민소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유념하고 합리적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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