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되고 있는 토종 지역유통업체
붕괴되고 있는 토종 지역유통업체
  • 이무성
  • 승인 2007.03.2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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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성의 거꾸로 보는 열린경제 -11-

광주 전남의 대표적인 토종 유통업체인 빅마트의 롯테쇼핑으로의 전격적인 양도에 따라 지역에 기반을 둔 토종 유통업체의 존립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자본의 집중에 따라 자본력이 취약한 업체들의 시장퇴출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 예견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빅마트의 퇴출은 단순히 지역업체의 자본력 열악으로만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 빅마트는 지역에서 튼튼한 터전을 갖추고서 지역의 상권분석을 통해 유통점을 개설하였다. 롯테쇼핑으로의 매각이 결정되기 전까지 17개의 유통점포들이 광주 전남을 그 근거지로 지역생산품 우선 공급이라는 명분으로 꾸준히 영업을 하였다. 

지역 유통업체의 존속이 중요하다는 지역민들의 관심속에 초기엔 유통점들이 증가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되었다. 새로운 도심상권이 형성될 때에는 그 규모에 맞게 유통업점도 개설되었다. 그러나 행정의 불확실성이 지역 토착업체를 현지에서 퇴출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한 예로서 당초 유통업점이 들어설 수 없는 용도지역을 대자본의 집요한 로비 등에 의하여 이를 변경시켜 대형 유통점을 입점시킴으로써 자본력이 취약한 기존 지역 유통업체를 자연 도산시키는 부작용을 반복해 나갔다. 

통계적인 분석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인구 75,000명당 1개 정도의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은 그 지역의 기존 상인들과 공존이 가능하다. 이는 대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자체적인 진단으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진입의 벽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적정규모의 인구에 상관없이 수도권에 기반을 둔 대형 유통점을 난립하게 함으로써 지역유통업체의 붕괴와 지역자본의 소멸현상이라는 부작용을 스스로 자초하였다. 빅마트의 대자본에게로의 매각이후 지역상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업허가를 신규로 계속 내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 해 주는 정당을 선호하는 정치행태가 아닌 지역정당구조에서 당연히 파생된 결과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잘못된 선출직 정치인의 선정에 따라 그 불이익은 그 지역의 유권자들이 당연히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실패된 정치선택이라고 그 귀책을 지역민들에게 돌리고 있다.

한국이 경제적인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극복해야 할 전제로서 계층의 이익을 대변 해 주는 계급정당의 필요성에 동감은 된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지역민들의 정치적인 선택의 실패로서 그 책임을 일방적으로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선거직으로 선출된 정치인들은 특정한 소수 계층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행정력이 미치는 지역의 지역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 등 유럽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이전에 한국이 현재 겪어 있는 대형 유통자본의 지역으로의 입점에 따른 지역상인들의 붕괴 가능성을 예측하였다. 이들 대형 유통업체와 기존 지역의 상인들이 양립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조례 등의 제정과 보완을 통해 대형 유통점의 도심으로의 개점제한, 영업시간의 조정, 정주인구 규모와 연결된 적정 유통업체 수의 조정 등을 행정력으로 구체화 하였다.

지역상인들을 중심으로 정치적인 결집의사에 따라 유럽의 지역의원들은 대형 유통업점의 일방적인 영업점 개설을 법령으로 제한하였다. 동시에 넒은 매장으로서의 쾌적성과 다양한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지역상인들과의 공생이 가능하도록 규모로서 적정수준의 유통점을 유지시켜 나가는 정책을 지역민들과 함께 펼쳐나갔다.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에 따른 폐해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재래시장의 붕괴로도 이어진다.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지방정부로서 지방자치단체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정책의 우선과제를 지역민들의 먹고 사는 분위기 조성에 두어야 한다.

특히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영세민들의 기존 사회에서의 퇴출은 당사자인 그들도 심각한 상태로 내몰리지만 사회의 안정에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과 사회적인 일자리 창출을 새로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영역에서 이를 지속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다.

녹색대학교 교수(경영학 박사), 경제평론/소설가, 한국은행/IBM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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