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로 선녀들이 놀던 천상의 섬 ‘백도’런가
여기가 바로 선녀들이 놀던 천상의 섬 ‘백도’런가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7.03.11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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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는 대양 말이 없어도 탄성은 절로

출렁이는 파도가 끝없이 이어졌다. 너울이 깊다. 울~렁. 선수에 앉은 탓이다. 한없는 대양으로 이어질 듯, 적막함마저 감돌았다. 관광여행임을 알리는 유람선 해설가의 마이크 소리마저 없다면 망망대해 한가운데라고 해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늘의 뜻일까. 어느새 잔잔해진 바다. 여수 거문도에서 쾌속유람선으로 동남쪽을 향해 40여분을 내달았다.

미안했을까. 늦겨울과 초봄의 언저리, 3월 들머리. 아~ 탄성이 여기저기서 났다. 해설가의 빠른 설명에 귀 기울이다가도 다가온 기암절벽의 오묘함에 넋을 놓았다. 와~하는 초등학생 탐방객들의 감탄사도 터져나왔다.

수컷과 암컷이 일정간격을 두고 사랑놀음인지 사랑싸움인지를 펼쳤다. 물이 날때와 들때가 틀리다 한다. 오늘은 암컷이 새끼를 데리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곰바위는 넉넉한 자태로 아랫녘 구경나온 이들을 바라보고 신선바위는 알 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병풍바위는 유람선을 감아안을 듯 기지개를 쭉 폈다. 수억년 세월을 버틴 지네는 마치 승천을 위한 몸부림인 듯 절벽을 기어오른 형국이다.

석가모니불은 합장을 하지 않은채 지긋한 표정만 짓고 있다. 주름진 넙덕바위는 유람선 곁으로 다가와 살결은 부드럽다며 매끄러운 피부를 자랑했다.

‘거시기 바위’는 천상의 질서를 어지럽히기위해 이곳에 내려왔다. 늠름하기 이를데 없다. 힘껏 매무시를 가다듬더니 마파람을 나무랐다. ‘너는 끼어들 데가 없느니라’.

갈매기와 가마우지는 주상절리의 오묘한 조화로 생긴 틈과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산란의 장소로 더할나위없다. 날갯짓으로 반길만도 하건만 허락없이 천상에 스며든 중생들이 못미더운지 저만치에 있을 뿐. 곳곳에 솟아오른 큼지막한 바위와 섬들은 보는 곳이 다르면 생김새도 완전히 딴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런 모습이고, 저렇게 보면 또 저런 자태다. 보고있노라니 천상에 오른 신선임을 미처 알지못했다. 살포시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겼더니 더 했다. 하백도와 상백도의 3월은 그렇게 나그네를 붙들고 있었다. 갈매기가 그제서야 꾸~욱 하고 아는 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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