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블루스-여수블루스
과천블루스-여수블루스
  • 이상율 사장
  • 승인 2007.01.3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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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과천블루스는 한 공무원이 공직사회의 부조리한 이면을 소설화하여 인기를 끈 책이다. 경제기획원,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에서 30년 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숨겨진 공직사회의 모습을 소설 형식을 빌어 적나라하게 고발함으로써 세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공무원에게는 짜증스러운 일일지는 몰라도 일반 국민이 읽었을 때는 흥미를 넘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부 종합 청사인 과천 청사를 한 번 더 쳐다 봄직하다.
TV시청료의 초과수입으로 인해 고임금을 주게 된 KBS, 가짜 공문으로 집행된 수백억 원의 판공비와 출장비 등 말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는 얘기들은 물론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라, 과천청사의 불은 꺼져야 한다, 빛 좋은 개살구, 승진인사. 판교 신도시, 짜고 치는 고스톱, 태양 아래 새것은 없다는 등 중간 제목만 봐도 매우 자극적인 내용이다. 이 소설은 숨겨진 공무원 사회를 들춰냈다는 점에서 한번쯤 읽어 볼만 하다.
얼마 전 경기도 수원시 공무원들이 지난 5년간 초과근무시간을 대리 기재하는 수법으로 333억 4700만 원에 달하는 수당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보도됐다. 2002년 1월~2006년 9월 각 부서의 서무담당 직원들이 초과근무 확인대장에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일괄적으로 오전 8시~오후 11시로 적어 1인당 초과근무시간을 매달 평균 54시간으로 적었다. 이는 도내 다른 시. 군 공무원의 월평균 초과근무 32시간보다 22시간 더 근무한 것으로 수원시 공무원 2311명을 기준으로 할 때 한 명당 1442만 원(매달 평균 24만 원)을 초과근무수당 명목으로 더 받아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초과근무 수당 조작 지급은 수원시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에서는 의례적으로 해오던 사례에 불과하다. 철밥통 공무원들의 이기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여수시가 2년째 전남도 내 ‘청렴도 꼴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가 청렴 위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 청렴도는 8.53점으로 전남 22개 시·군 중 최하위권인 20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 평가에서 계약분야를 제외한 인허가·위생 및 환경 분야에 대한 행정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평가가 전남 자치단체의 분야별 점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중 주택·건축·토지 등의 개발행위 인허가 청렴도는 2005년 8.29점에서 지난해 1.69점 하락한 6.6점으로 평가돼 시 청렴도를 크게 추락시킨 원인이 됐다. 이외에도 지난해 시청 공무원들의 공금횡령,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평가 절하의 원인으로 크게 작용했다. 이대로라면 과천 브루스에 이어 여수 브루스가 탄생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시는 '청렴도 꼴찌'라는 누명을 벗고 깨끗한 여수를 만들기 위해 국가 청렴 위원회 평가 청렴도 9.0점 이상 달성 목표를 정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클린공무원 선발, 시민감사관 위촉, 시청 홈페이지에 '공무원 비리 신고방' 개설, 공직사회 내 부패신고제 활성화 등이다. 이와 함께 민원행정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주택·건축 인허가, 산림·농지 등에 관한 민원의 처리과정을 시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또 각종 업무처리 과정에서 민원 불친절 사실이 3회 이상 적발 시 징계양정을 강화하는 등 공무원 친절도 향상을 위한 불친절 공무원 문책도 철저히 수행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철밥통이라는 공무원들의 자정노력만으로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 부당한 청탁성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들의 의식에도 변화를 함께해야 한다. 부천시가 시행하고 있는 시민권리 구제, 행정의 민주적 통제,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 민원 종결, 갈등해소, 민원안내 기능 등이 있는 옴부즈맨 제도의 도입 등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여수 블루스 결코, 반길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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