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원시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
문명과 원시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
  • 오문수 시민기자
  • 승인 2007.01.25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여행] 오문수가 본 코타키나발루의 다양한 모습들
아름다운 해변과 크고 작은 섬들, 정글로 뒤덮인 산악 지대, 휴양지가 공존하는 곳인 말레이시아는 15세기 말레이 반도 남부에 말라카 왕국이 세워졌으며 18세기 이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에 의해 점령되었고, 19세기에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말레이시아 국기는 초승달과 별로 이루어져 있다. 초승달과 별은 이슬람교의 상징이고 파란, 하얀, 빨강의 3색은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에서 유래했다. 별의 빛살과 줄무늬의 수는 연방을 이룬 14주를, 파랑 직사각형은 국민간의 단합 또는 이 나라가 영국연방에 속한 국가임을 나타낸다. 국화는 우리나라와 같은 무궁화로 빨강, 노랑, 분홍 등의 색깔이 있어 동전의 주화에 새겨져 있다.

 
▲ 우리나라와 같은 무궁화가 국화이다. 비온뒤의 모습
ⓒ 오문수
 
▲ 비온뒤의 무궁화 암술과 수술을 클로즈업 시킨 사진
ⓒ 오문수
 
싱가포르가 연방을 이탈하여 13주가 되었으나 국기를 고치지 않았으며, 이후에는 13주와 연방정부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반도의 1.5배의 넓이에 인구는 2300만명 정도이다. 평균기온 21℃~34℃의 고온 다습한 열대성 기후지만 양동이로 퍼붓는 것처럼 내리는 스콜은 달아오른 열기를 금방 식혀준다.

말레이, 중국계, 인도파키스탄계가 주를 이룬 민족은 회교를 국교로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종교의 자유가 있어 평화로이 공존하고 있다. 언어는 말레이어를 공용어로 하고 영어를 제2언어로 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예로부터 말레이시아는 동서 문화의 네거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중국, 인도, 이슬람 문화와 동남아시아 고유의 문화가 공존하면서 독특한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어서 들어온 서구 문화도 말레이시아 문화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했다.

말레이시아는 수도 쿠알라룸푸르가 있는 서말레이시아와 보루네오섬 북부의 동말레시아의 두 지역으로 구성되어있다. 우리 여행의 목적지인 코타키나발루는 사바주의 주도이며 인구는 20만명 정도이고 주로 목재와 고무 등을 수출한다.

원래 코타 키나발루는 아피아피(Api Api= fire)라고 불리던 작은 마을이었는데, 해적들에 의해 자주 화염에 휩싸여 이렇게 이름이 지어졌다. 제2차세계대전말 오스트레일리아 군과 일본군의 격전지가 되어 폐허가 됐으나 재건되어 정치, 상공업의 중심지로 경제적으로는 홍콩과의 유대가 깊고, 주민의 1/3은 중국계로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다.

승객 탑승 문제로 예정시간보다 늦은 저녁 7시쯤에 출발, 약 5시간 걸려 현지시각 자정 무렵에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열대 특유의 냄새와 더운 열기가 훅하고 얼굴에 와 닿는다.

피곤에 지친 일행은 들뜬 마음을 멀리하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몇 친구들은 간단한 주류와 얘기로 새벽 3시까지 놀았다.


급할 것 없는 일행은 늦잠을 자고 오전 10시쯤에야 사바주 압둘라만 해양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사피섬으로 가기 위해 제트보트에 올랐다. 10분 정도가 지난 뒤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사피섬
ⓒ 오문수
 
에메랄드빛 바다와 은빛모래는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케 한다. 비치 바비큐로 점심을 먹고 일부는 섬 주위를 트레킹으로 일주하고, 일부는 스노클링을 하며 깨끗한 바다 속을 직접 들여다 봤다.

동행한 말레이시아 가이드가 보여줄 게 있단다. 바비큐를 준비하는 식당주변으로 여러 마리의 야생도마뱀들이 먹을 것을 찾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큰 것은 약 1.5m쯤 되는 것으로 혀를 날름거리며 사람들 가까이까지 와서 냄새를 맡고 있었다.

 
▲ 바베큐 음식을 조리하는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먹을 것을 찾고있는 도마뱀
ⓒ 오문수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짓궂은 현지인이 건들려하자 꼬리를 세워 공격 자세를 취했다. 위협을 느끼거나 공격할 때 최대 무기는 꼬리로, 상대방을 쳐서 쓰러뜨린단다. 그중 한 마리는 오른쪽 다리가 절단되어 움직일 때마다 뒤뚱거렸고 음식 조리하는 현장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누가 그랬느냐?"고 묻자 "내가 그랬다"고 했다가 "농담이에요"한다. 아마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그랬는지 사람들이 날카로운 걸로 쳐서 부러뜨렸는지 잘 모르겠단다. "물리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야생상태로는 위험하지 않으나 인간이 주는 음식물을 먹었기 때문에 물리면 병균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스노클링을 마치고 돌아온 준형이가 모래 속에서 뭔가를 파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 이상하게 생긴 모래 속을 무심코 넘기지 않은 것이다. 주위에는 우리나라 강변의 고운 모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미귀신의 함정 같이, 깔때기 모양으로 가운데가 움푹 파인 부분이 있었다.

 
▲ '코코넛 게'를 찾아 모래를 파고 있는 준형이
말레이시아 가이드가 설명한 바로는 이속에 '코코넛 게'가 숨어 있단다. 이 게는 코코넛 나무나 해변의 열매가 있는 나무에 올라가 엄지발로 나무의 열매를 잘라 땅에 떨어트린 후 그 과일을 모래 속으로 끌고 들어가 먹고 산단다.

6명씩 1조를 이뤄 출발한 패러세일링은 제트보트가 앞에서 끌고 2명이 한 조를 이뤄 낙하산을 타는 것이다. 파란 바다와 점점이 보이는 녹음이 우거진 섬들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동료가 "우리나라도 이런 걸 해서 개발하면 될 텐데!"하며 아쉬워한다.

 
▲ 패러세일링 모습
ⓒ 오문수
 
약 10분쯤 제트보트를 타고 도착한 마누깐 섬은 형형색색의 고기들로 빵을 던져줄 때마다 수면이 자그마한 파도를 일으킨다. 아무튼 해외여행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가용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일행은 일정에 따라 호텔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기로 했지만, 호기심에 가만있지 못한 기자는 택시를 타고 근처 수상가옥으로 가자고 했다. "굉장히 더럽고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운전기사의 다짐에 따라 안쪽까지는 못가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꼬마둘이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들을 따라가며 살펴본 다리의 넓이는 약 1.5m쯤 되고 높이도 1.5m쯤 되어보였다.

한참을 가니 애들이 짐수레를 타고 깔깔거리며 놀고 있다가 내 주위를 둘러쌌다. 카메라를 멘 이방인은 그들에게는 '동물원 원숭이'다. 다리 곳곳마다 널빤지가 빠져있는 곳도 있어 조심스러웠는데 아이들은 개의치 않고 짐수레를 타고 뛰어다닌다.

 
▲ 수상가옥 동네 아이들, 좁은 판자길에서도 짐수레를 타며 천진난만하게 뛰어논다
ⓒ 오문수
 
역한 냄새와 탁한 물빛, 사방에 널린 쓰레기와 집에서 바다로 쏟아내는 오수와 쓰레기는 "저런데서 어떻게 살까?"하는 의심이 들게 했다. 근데 돌아본 집 거의 대부분에는 개와 닭, 화분까지 웬만한 살림살이는 다 있었다.

 
   
▲ 페트병을 모아 나무판자사이에 넣어 뗏목을 타고 노는 수상가옥 동네 아이  
 
ⓒ 오문수  
   
욕심 같아서는 어른들과 직접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택시 운전사의 당부와 경계심 어린 눈초리의 어른들 눈빛은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몇 백 미터 뒤에는 초현대식 건물과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이 수상가옥도 머잖아 철거하고 개발될 것이란다.

이 나라는 현재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낮지만 석유와 고무, 목재, 주석 등의 지하자원이 풍부해 우리나라를 능가할 저력을 가진 나라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선진국 일변도만 고집하지 말고 문화와 피부색깔 등이 비슷한 동남아 개발도상국들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뭐냐?"고 묻자 "라지프와 아부"라고 대답하고, 나이가 얼마인가에 대답을 못하는 둘은 학교를 가리키며 거기 간다는 시늉을 하자 의기양양하며 앞장을 선다. 학교에 들어가 교장 선생님을 면담하고자 했으나 영어를 잘 못한다는 대답과 함께 영어를 잘하는 여 선생님이 대신 여러 가지 설명을 해줬다.

학교 이름은 '셈블란'이며 학생수는 약 1000여명으로 공립초등학교이며, 컴퓨터시간은 1주일에 1시간씩이란다. 학년에 따라 다르지만 주당 4~5시간의 영어시간이 들어있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었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왜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느냐?"는 물음에 2부제 수업이란다.

 
▲ 사진을 찍으려하자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 오문수
 
1부는 오전 7시부터 낮 12시20분까지이고, 2부는 낮 12시30부터 오후 5시20분까지란다. 이슬람여자들이 머리위에 쓰는 두건은 '두둥'이다. 대부분의 여자 선생님들이 두둥을 쓰고 있었지만 양장을 한 컴퓨터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흔쾌히 허락해주며 학교에 대한 세세한 사항까지 설명해준다.

괜한 선입견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고도 없이 불쑥 방문한 이방인인데도 친절히 대하는 이들과,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선진국 모델만 쫒아가다가 정작 중요한 인간성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오니 연기와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재래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닭 날개보다 훨씬 큰 꼬치구이, 코코넛에다 버물려 만들었다는 떡, 금방 잡아왔다는 바다고기 등이 굉장히 싸다. 말레이시아어로 '털이 있는 과일'이라는 뜻의 빨간 '람부탄'은 3링깃(천원에 해당)에 거의 50개나 줬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려 했지만 택시가 없어 주차 중이던 아저씨에게 호텔까지 태워주면 10링깃을 주겠다고 사정했다. 돈을 안받고 태워주겠다는 친절한 아저씨는 알고 보니 건설부서의 공무원이었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시를 개발한 신도시로, 5년 전까지는 일본인들이 주 고객이었으나 현재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온단다.

 
▲ 슈트라하버 호텔
ⓒ 오문수
 
실제 호텔 내에서는 직원들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돈을 굳이 안받겠다는 아저씨와 실랑이하다 돈을 던져주고 나오니 홀가분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사이였지만 마음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