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신앙 터와 땅이름
성(性)신앙 터와 땅이름
  • 남해안신문
  • 승인 2007.01.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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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의 땅이야기 두번째]

예로부터 자손이 번성하고 복을 누리기를 기원하며 산이나 계곡의 특이한 형상의 바위나 나무, 또는 인공의 조형물을 신성시하여 다산과 풍요 그리고 액막이를 기원하는 터로 삼았던 것을 전해오는 전설과 민간신앙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러한 곳에는 대개가 성과 관련된 직설적인 표현의 땅이름도 함께 전해오는데 우리 조상들의 순박하고 솔직했던 성문화와 관련된 땅이름을 알아보자. 율촌면 삼산마을 뒷산에는 말바위, 중바위, 촛대바위 등의 바위가 있는데 이들 모두가 성신앙터와 관련된 바위들이다.

현지를 답사해 보면 말바위는 수말의 생식기를 닮은 바위로 주변에서 오래된 엽전들이 나왔다고 하는 걸로 보아서 기원이나 치성을 드렸던 곳으로 짐작되어지는 곳이다. 중바위는 작은 돌들을 탑 모양으로 쌓은 입석으로 중과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주변의 촛대바위는 남근형 입석을 점잖게 부르는 표현으로 조대바위라고도 하고 선바위라고도 한다. 여수시립 공원묘지가 있는 소라면 봉두의 갬실마을에는 예전부터 웃갬실의 선바위와 소뭇골의 여자바위가 서로 마주보게 되면 마을에 아낙네들이 바람이 난다하여 소뭇골 바위 앞에다 많은 나무를 베어와 나뭇단을 만들어 바위를 가려 놓았다.

여기서 우리는 선조들의 깊은 마음을 엿볼 수 있는데 혹 바람을 피워도 그것이 땅이나 자연물의 신령한 기운 때문이라 하여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였던 마음의 씀씀이를 알 수 있다.

율촌 광암리의 선바위는 마을입구 도독골이라는 골짜기에 서 있었던 인공 조형물로 예로부터 마을의 도둑들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이 선바위는 아들을 낳는 효험도 있어 인근부락의 여자들이 바위를 갈아 마시면 효험이 있다하여 바위가 많이 훼손되었다. 한 때 누군가가 바위를 없애버렸다가 최근에 마을 주민들에 의해서 다시 세워졌는데 유사한 선바위가 안덕양마을 마을 회관 부근에도 세워져 있다.

거문도의 서도리에는 남쪽 수월산과 보로봉 사이로 보이는 선바위를 밥을 짓는 부엌에서 바라다보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전해왔다.

이 마을에서는 선바위의 직설적인 표현인 좆바위란 말이 거슬렸던지 문장이 유명한 지역답게 붓을 닮았다하여 문필봉이라는 이름을 짓기도 하였다.

거문도 지역에는 이곳 외에도 덕촌리 보로봉 아래의 선바위와 백도의 서방바위 등이 있다. 여수시 종화동에 있던 선바위도 유명한 일화를 간직하였던 곳이다. 여수의 선바위도 그 기운이 넘쳐서 멀리 마주보이는 남해의 아낙네들이 바람이 자주 난다하여 남해의 남자들이 몰려와서 그 바위를 넘어뜨리러 와보니 바위가 너무 커서 그냥 돌아갔다는 일화가 전해왔다.

지금은 집들이 들어서면서 바위는 사라지고 없다. 비슷한 일화로 돌산의 우두리 달밭구미 해안 끝에 있는 탑상기미에 있던 돌탑도 건너편 남해 마을의 여인네들이 바람이 난다하여 남해의 남자들이 돌탑을 넘어뜨려 버렸는데 돌탑을 넘어뜨린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는 전설과 함께 탑은 보이질 않고 <탑싼기미>라는 땅이름만 전해져 온다.

향일암이 있는 임포 마을에서 성두로 돌아오는 해변에는 가파른 절벽을 안고 나있는 오솔길 중간지점에 분짓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다. 이 골짜기에 있는 남근형의 적나라한 땅이름을 가진 <좆바위>도 주변의 뛰어난 경관과 함께 찾아볼만한 흥미로운 곳이다.

선바위 등이 남근형 입석이라면 국동의 따부산은 예로부터 옥녀혈로 알려진 여성기를 닮은 산이다. ‘따부’는 나무로 만들어진 삽을 말하는데 산이 삼각형 모양의 따부를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다. 예부터 국동 바다로 돌아오는 뱃사람이 이 산을 바라보면 여인의 나신을 닮은 산의 형상 때문에 힘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곳으로 이곳에다 묘를 쓰면 큰 해를 입는다고 알려져 왔다.

소라면 복산리의 분통골에는 공알등이라는 골짜기가 있는데 이곳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건천 오봉산의 ‘여근곡’처럼 생긴 산의 형상에서 유래된 땅이름이다. 이 같은 여근형의 지역들은 바위가 많은 해안 지역에 많이 전해지는데 초도 진막의 공알섬. 남면의 공알통 등이 그러한 곳이다.

여수지역에는 마을마다 선바위라는 바위가 거의 모든 마을에 전하고 있다.? 이들 바위들은 대부분이 토속 신앙적인 성 신앙터로서 역할을 하여온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밖에 전하는 성신앙터로 고인돌의 성혈을 들 수가 있다. 성혈터란 원시 신앙의 하나로 기자와 다산을 원하는 신앙의 징표로 아이의 잉태를 빌며 바위에 새긴 둥근 구멍들을 말한다.

오림동 체육공원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암각화가 새겨진 고인돌이 있다. 이 암각화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그림이 두 개가 있는데 옆모습을 그린 그림에는 남성의 상징을 뚜렷하게 표현한 원시 성신앙의 한 형태로 옛사람의 의식을 엿보게 한다.

이러한 의식들은 구 여천시 선소에 있는 남근형의 벅수에서도 엿볼 수 있으며 오래된 묘역에 있는 망주석의 형상에서도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로 세웠던 선조들의 소박하고 진솔한 성의식을 보게 된다. 성을 신앙적 요소로 두어 조화롭게 절제할 줄 알았던 조상들의 슬기가 오늘날 난잡하고 문란한 현대인의 성의식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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