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역사와 문화도시 이태리 로마를 찾은 일이 있다.

관광에 들어가기 전, 더 많은 역사적 사실을 익히기 위하여 호텔 기념품 상점에 들어가 "일 투리스모(IL TURISMO)"사가 간행한 한글판 관광 화보 한권을 샀다. 로마, 폼페이, 베네치아, 바티칸 등을 소개한 표지를 포함 146페이지로 꾸며진 원색 화보다.

사진 설명을 한글로 표기한 것으로 보아 한국 관광객을 위해 제작한 것이다. 한국 관광객이 얼마나 밀려들면 한글판 안내 화보까지 있을까 새삼 국력 신장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화보집을 펼쳐든 순간 실망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데군데 우리 한글이 뒤집혀있거나 잘못된 표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글이라고 이렇게 소홀하게 취급했을까 하는 서운함과 분노가 치밀었다. 로마에서는 한글이 거꾸로 쓰이는 것일까. 어째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오류가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고 이런 화보가 이태리 관광 명소 곳곳에서 팔리고 있다니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즉시 이 화보집을 발간한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내 개정판 제작을 요청했다. "귀사가 발행, 판매하고 있는 이탈리아 3대 도시 한글판 관광 화보집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 정정을 요청 합니다. 5쪽 로마 편 차례 난에는 한글로 된 '로마'라는 제호가 103쪽 베네치아 소개 편에서는 '베네치아'라는 제호가 뒤집혀 쓰여 있고 12쪽 쎄띠미오 세베로 개선문 소개 글도 일부는 뒤집혀 표기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글이 제대로 표기된 화보집으로 대체하여 판매하시는 것이 양국 간의 우호증진에도 도움이되리라 생각 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3일후 답장이 왔다."우리는 이 판을 인쇄한지 근 10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제목의 reversion(반전)에 관해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는 곧 수정판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항상 모국어를 쓰는 번역가를 쓴다. 그래서 때때로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번역시 약간의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불편을 끼친데 대해서는 정중한 사과를 받아 주기 바란다. 아무도 의견을 주지 않아 오류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사과한다. 이미 시중에 배포되고 있는 것을 전량 회수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정정하여 발간하겠다"라는 답변 메일이었다. 지금 쯤 수정판이 간행되어 팔리고 있을까. 기대 해 본다.

역지사지로 우리의 각종 소개 화보나 책자, 안내 표지판에 다른 나라 글은 제대로 표기 되었을까. 자칫 로마의 거꾸로 쓰이는 한글과 같이 영문이나 일어, 중국어 등의 표기에 오류는 없을까.

관광 도시인 여수도 외국어 표기 오류에서 자유스럽지는 못하다. 각종 문화재에도 영문표기에 적잖은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호좌수영수성창설비에는 정조대왕이 Kim Chongjo로 틀리게 표기되어 있는가 하면 Choson Kingdom → Choson Dynasty으로 Dynasty가 더 어울린다는 의견이다.

연등동 벅수는 문화재 지정 기관이 같음에도 전라남도를 연등동 벅수에는 Jeollanam-do로 호좌수영수성창설사적비에는 chollanam-do로 표기되어 있고. 도지정문화재인 절도사 안숙 사적비에는 "좌수영 본영의 거북선이 낡아 훼손되자 충무공 이순신 때 도본(圖本)을 참고하여 이를 복원해냈으며"라는 영문 설명 중 repairing(보수) → rebuilt(복원)으로 biueprint → blueprint(도본)고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오류는 비단 여수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는 학계 전문가들의 사전 검증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데 있다. 여수는 2012 세계박람회 유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4월9일이면 BIE 실시단이 현지조사를 오게 된다.

실사에 앞서 전문가에 의뢰하여 외국어에 대한 오역 또는 오류표기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정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관광관련 업소에는 영문 기준표기 법 등 외국어의 바른 표기법을 나누어주고 지도하는 것도 2012엑스포 유치 도시에 걸 맞는 작업일 것이다.

이상율 <본지 사장 겸 주필>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