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절터
사라진 절터
  • 남해안신문
  • 승인 2007.01.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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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의 땅이야기 두번째]

돌산 평사리의 도실 마을의 이름은 절 이름에서 비롯된 마을 이름이다. 예로부터 마을 남쪽 골짜기에 도솔암이란 암자가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왔으며 그래서 골짜기의 이름도 '도실(솔)암골' 로 불려졌다.

흥국사 부근 진례산 기슭에 있는 암자인 도솔암은 본래 이곳에서 옮겨갔다고 하는데 처음 도솔암이 세워진 것은 보조국사가 고려 명종 25년 서기1195년에 건립하였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전해지던 이야기는 80년대 절터로 전해지던 곳에서 큰 종이 발견되면서 도솔암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범종이 발견되면서 절터를 확인 시켜준 곳은 <도솔암> 외에도 여천동 내동 마을의 <부채들>과 소라면 장전의 <불당골> 이 있다. 부채들은 부처가 있었던 들이란 뜻의 ‘부처들’이 손에 들고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모양의 들이란 뜻의 ‘부채들’로 변한 말인데 내동마을에서도 1960년대에 범종이 발견되어 지금은 광주박물관에 소장되고 있는데 전남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고려초기의 범종이다.

특히 이 범종에는 장성사(長省寺)란 명문이 새겨져있어 장성포가 쌍봉지역의 옛 이름임을 증명하고 있다. 소라면의 장전 마을은 1991년에 불당골에서 범종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이곳에도 빈대 때문에 불타버렸다는 폐사지에 관한 전설만 전해오다 범종의 발견으로 그 사실이 확인이 되었다.

절은 사라지고 빈 터와 땅이름만 남아있는 대부분의 절터에는 빈대 때문에 절을 태우고 스님이 떠났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실제로 많은 절이 모두가 빈대 때문에 이를 잡기위해서 불로 태웠을까? 화양면의 장척리 잘미(자매)마을 뒤에는 <동성산>이라는 산이 있다. 이 산에는 <동성사> 또는 <안장사>라는 절터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이 절터에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을 나눈 스님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전설이 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왔다.

이 절에는 마을 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스님이 살고 있었는데 이 마을에 스님을 흠모하는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스님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마음먹고 스님 가까이서 유혹을 하기 시작하였단다.

처음 유혹에는 흔들리지 않고 잘 견뎌내던 스님도 절세가인인 젊은 여인이 하도 애걸하며 매달리자 유혹에 넘어가 술과 고기를 입에 담았고 그러자 하늘에서 마른벼락이 치면서 절을 태워버렸단다. 절터라고 이야기하는 산자락 빈 터에는 자그마한 집 자리를 가늠해볼 주춧돌이 지금도 남아있다.

호명동의 호복마을에는 <끄신 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다. ‘끄신’이란 말은 ‘불에 그슬리다’는 우리지방 사투리 말로 ‘불에 타서 그을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골짜기에도 절터자리와 전설이 전해오는데 대충 이런 이야기다. ‘끄신골’ 절에 아홉 분의 스님이 살았는데 절에 빈대가 많아지자 한 스님이 꾀를 내어 볏짚에다 불을 붙여, 그을려서 빈대를 잡을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빈대를 잡으려다 절이 타버리자 골짜기를 ‘끄신골’이라 했다는 재미있는 땅이름과 함께 기발한 빈대잡이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절터이다.

화양면의 감도마을에는 불암산이라는 산이 있고 이산에도 절터라고 전해지는 곳이 풍수지리와 관련된 전설과 함께 전해온다.

전설에서 불암산은 부처님의 형상을 하고 있고 감도는 부처님의 손으로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둥글게 하여 감중련하고 있는 모습이며 마을 앞 바다에는 장삼도와 바리섬이 있어서 ‘장삼을 걸친 스님이 바리를 들고 탁발을 하는 형상이다’라고 하는 이야기로 마을에 전해 오는 땅이름들이 모아져 풍수를 곁들인 그럴듯한 전설로 만들어져 전해온다.

여수지방에는 이밖에도 삼일 상암동 작산마을의 ‘고국사지’, 적량의 ‘성락사 터’를 비롯해 두암마을의 ‘절 터’, 봉계동의 ‘전봉암 터’ 등이 있으며 율촌의 앵무산에도 제법 규모가 큰 절터자리가 남아있고 돌산과 남면, 소라와 화양지역의 계곡 등에도 규모가 작은 암자터들이 곳곳에 남아있어서 호기심 많은 탐험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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