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조욱’(馬岫朝旭),덕이 빛나는 마을
‘마수조욱’(馬岫朝旭),덕이 빛나는 마을
  • 남해안신문
  • 승인 2007.01.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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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석의 향토순례 6] 다같이 덕을 나누는 마을 ‘덕충동’
▲ 마래터널을 품고 있는 마래 산(馬來山·420m) 자락

광무 6년 여수 향교에서 발간한 여수지(麗水誌) 형승 편에는 여수팔경이 실려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마수조욱(馬岫朝旭)이다. 마래터널을 품고 있는 마래산(馬來山·420m) 자락에 찬란히 비치는 아침 햇살이 하도 고와 그렇게 불렸던 모양이다.

바로 그 마래산 등성이를 따라 평지로 내려오면 덕(德)을 숭상하고 덕을 베푼다는 ‘덕대’마을에 이른다. 헌데 이 뜻이 한낱 구호에 그치지 않고 400년 동안 장구한 세월을 면면히 이어오면서 실천덕목으로 삼는 모임이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덕제계>(德齊契). 다 같이 덕을 나눈다는 뜻이 내포돼 있는 이 모임의 근원에는 조상들의 슬기가 그대로 베어나 있다. 임란 당시 마을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서는 협동정신 밖에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낸 마을주민들은 당시 조씨, 하씨, 김씨, 박씨 등의 성바지가 주축으로 똘똘 뭉쳐 마을 안에서만 서로 결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가 하면 농사도 공동 경작하여 공동 분배하는 방식을 취했다.

따라서 마을 공동기금을 마련해 필요에 따라 규모 있게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 전통이 무려 400년을 이어 내려오면서 지금도 각 집안의 장손들 36명이 ‘덕제계’를 운영하고 있다.

“좋은 뜻으로 결성됐다가 걸핏하면 뿔뿔이 흩어지고 마는 현대의 각종 모임이나 단체에 비해 얼마나 돈독한 모임인지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10대 째 살며 덕제계 회원이기도한 전임 덕충동 동장 조 정현(曺汀鉉·69)씨는 한껏 고무돼 증언했다.

덕대마을을 뒤로 하고 여수시민이라면 초등학생조차 친숙하게 잘 알고 있는 석천(石泉)을 찾아 나선다. 석천은 이 충무공의 위패를 모신 사당 충민사 뒤편 큰 바위아래 있는데 예전모습은 찾기 어렵고 돌샘을 덮은 바위사이로 고무호스를 대어 석천사에서 음용수로 시용하고 있다.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이 돌샘 물을 이 충무공과 휘하 장졸들은 조석으로 군사조련하기 전에 마시고 군무를 시작했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 숨결을 잊지 않기 위해 선조 34년(1601)에 이항복(李恒福)이 계청하고 통제사 이시언(李時言)이 세운 사당이 충민사(忠愍祠)다. 충무공 이순신·의민공 이억기(李億祺)· 안홍국(安弘國)을 배향하였는데 고종 5년(1868)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따라 헐리어 단만 쌓아놓고 충민 단이라 하다가 고종 10년(1873)에 다시 세워 지방기념물 11호로 현재에 이르고 있는 사당이다.

덕충동 가장자리에 덕충천(복개)이 흐른다. 이를 중심으로 동편으로는 덕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하여 덕대마을로 부른다는 것은 전술한 바와 같은데 덕충천 북쪽에는 석천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기왓장을 굽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하여 한 때 석동마을로 불렸다고 한다.

“해방 전만해도 기와 굽는 굴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보다 오래전부터 와동(瓦洞)이라 불릴 정도로 이 마을은 기와로 유명했지요. 아무래도 양질의 흙이 많이 생산됐기 때문이 아닐까요. 당시 민수용 관수용할 것 없이 기와는 모두 이곳에서 생산됐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김인식씨(金仁植·72 前 전남도의원)의 회상 겸 증언이다. 내친김에 물어보았다. 지금의 여수중학교 북동쪽의 무선중계소가 있는 곳을 가리켜 ‘수박등’이라고 멋있게 부르는데 혹여 수박 주산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건 아닙니다. 지형이 수박등처럼 생겼다 해서 부르는 말이지요.” 조선 중기 때 약 50여 호의 조그마한 부락이 형성된 것이 시발이었다고 전해지는 덕충동은 해방 후 까지만 해도 충민사 부근에서 여수중학교 뒤편 까지를 합쳐 석천동이라 불렀지만 그 후 덕대마을의 ‘덕’자를 따고 충민사 ‘충’자를 붙여 ‘덕충’이라 불려왔고 그것도 행정개편에 따라 지금은 만덕동으로 통합돼 부른다.

/ 기사제공 : 까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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