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장치고도화로 ‘불황의 늪’ 탈출
여수산단, 장치고도화로 ‘불황의 늪’ 탈출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7.01.0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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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3] 여수산단, 활로를 찾아라

여수 경제의 두 축을 담당하고 있는 수산업이 몰락하면서 여수경제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석유화학 산업. 그러나 석유화학 산업도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예전의 호황은 이제 옛 말이 되고 있다. 더구나 중국과 중동 등 새로운 경쟁상대가 떠오르면서 여수산단은 새로운 활로 모색에 고민의 고민을 하고 있다. 여수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의 활로를 모색했다. -편집자주-

▲ 산단확장단지전경.

전경련이 올 1/4분기 경기전망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조선과 반도체 기계 업종만 경기 호전을 보일 뿐 석유화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업종들은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수지역의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은 올 해도 고전을 면치 못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석유화학의 올 한 해는 ‘먹구름’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답답하다는 것이 석유화학 업종 종사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고유가 지속과 함께 중국과 중동 등 새로운 석유화학 산단의 등장으로 실적 개선에 애를 먹고 있다.

다만 석유화학 분야는 올해 바닥을 치고 2008년부터는 경기 둔화세가 완화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올 한해는 석유화학산업에 드리워진 구름이 점점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새롭게 석유화학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중국이 내년 7대 전략산업으로 석유화학을 정하면서 중국 정부가 석유화학산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일 것으로 보여 중국의 거센 추격이 예상되고 있다.

■ 석유화학, 중국·중동 등 후발국 추격

석유화학 분야는 내년 시련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전망은 고유가 지속과 중국·중동 등 새로운 석유화학 후발국들의 거센 추격 등에 따른 것이다. 이밖에도 주요 석유화학공장의 정기보수 규모 감소에 따른 완만한 공급 증가와 에틸렌 및 관련제품 생산 설비의 신ㆍ증설 집중에 따른 공급 급증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설비 신ㆍ증설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이는 국내와 중국시장은 기업간 경쟁이 불꽃 튀게 전개될 것으로 관련자들은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내년까지 에틸렌 기준으로 100만t 가량 생산능력이 증대되기 때문에 내수시장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격화될 것이며,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연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무엇보다 관련제품의 자급률 향상에 따라 수입을 줄이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경쟁력이 만만찮은 신규 설비를 바탕으로 중동, 대만 업체들이 대 중국 수출 확대에 힘을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석유화학제품 자급도 향상을 위해 공격적인 설비 확장을 추진, 2008년부터 대형설비 가동을 본격화하고, 여기에 중동 지역의 신ㆍ증 설 설비 가동이 맞물려 있어 아시아 석유화학 경기는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석유화학업계 활로모색 안간힘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화학 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 차원의 경쟁력을 향상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해 11월 10일 여수산단 합동기공식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세미나에서도 제기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박상훈 SK기술원 원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업체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고 경쟁은 심하며 경기사이클에 민감한 제품구조를 갖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2005년 기준으로 화학기술의 기술무역 수지는 2억7600만달러로 적자폭이 연평균 20%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각사 및 정부의 지원 아래 지속 가능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단지별 공동 경쟁력을 강화하며, 고부가가치의 공정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태한 삼성토탈 전무는 대산단지에서 공공 배관망을 구축한 ‘삼성토탈-롯데ㆍLG-현대오일뱅크’간 협력 체제를 설명하고 단지 내 업체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전무는 또 “기업은 원가, 규모,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운데 정부는 글로벌 경쟁 토태를 구축하며 학교에서는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단계”라며 ‘산ㆍ관ㆍ학 협동체제’ 구축도 제안했다.

한종훈 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도 “중동 지역의 범용 석유화학제품 공급이 급증하고 중국도 자급률을 높이는 상황에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수출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며 “공정 고도화만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규모의 경제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체 관련자에 따르면 "석유화학업체들이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큰 회사로 성장,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 해도 독과점 등 법적 규제 때문에 힘들다"며 "글로벌 시각에서 정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대형 석유업체들은 95년 26사에서 현재 10사로 줄었고, 일본은 같은 기간 폴리프로필렌(PP)업체 수가 14사에서 4사로 통합됐다. 석유화학산업이 효율성을 높이려면 인프라스트럭처 시설 등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석유화학단지의 중요한 인프라스트럭처로는 도로와 항만 외에 파이프라인이 꼽힌다.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간 파이프라인의 경우 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에도 현저하게 뒤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가동되기 시작한 중국 상하이유화단지의 경우 규모만 890만평으로 국내 대산단지(450만평)보다 2배나 크고, 도로 항만 파이프라인 등 완벽하게 구비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 장치고도화만이 살길

이 같은 진단에 따라 산단업체들의 자구노력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에틸렌 생산업체인 여천NCC는 지난 연말까지 4500억 원을 투입, 노후화된 생산설비를 교체하고 에틸렌 생산능력도 146만톤에서 201만톤으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LG석유화학은 2000억 규모의 ‘비스페놀에이와 페놀 사업’에 투자해 연산 12만t의 BPA와 18만t 페놀 생산능력을 갖추고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호남석유화학도 오는 2008년까지 총 2000억 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연산 6만5000t 규모의 PC 생산설비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휴켐스도 여수공장에 질산제조공장에 온실가스 저감설비를 구축해 탄소 배출권을 판매하기위해 2005년 12월 22일 오스트리아의 카본(Carbon GmbH)사와 시설 및 기술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온실가스 감축(CDM)사업에 필요한 시설 및 기술투자를 받아 질산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N2O)의 분해시설을 여수공장에 설치한다는 것이다. 시설투자에 필요한 110억 원은 모두 카본사가 부담하고 배출권 판매에 따른 수익은 2013년까지 76대22로 배분한다. 이에 따라 휴켐스의 예상수익은 연간 45억 원 내외로 2013년 이후에는 카본사로부터 시설을 무상으로 이전받아 배출권 판매 수익을 독점하게 된다.

또 한화석유화학도 올해부터 집단에너지 공급을 위해 사업비 3000억원을 들어 열병합발전소 건립을 계획수립하고 지난해 여수시와 MOA를 체결했다.

이와 함께 국내최대 비료생산업체인 남해화학도 비료제조설비 증설을 위해 1021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단 관계자들은 “석유화학 산업의 경기가 호황을 보이던 상황에서 다소 침체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산단 업체들이 이러한 침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도공정화는 물론 노후설비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를 통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예전의 호황을 다시 누릴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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