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발달은 큰 도시를 생성하고 그에 따른 도로와 댐건설, 산단, 신도시의 건설로 전혀 상상치 못했던 지형의 변화를 불러온다.

이런 일을 미리 알았던지 땅이름에는 미리부터 미래를 내다보는 이름이 전해오는데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조상들의 앞날을 보는 예지력 이었는지….

오늘은 여수지역의 예언성 땅이름이야기다. 소라면 봉두리 의곡마을 안쪽 골짜기에는 여수시의 시립공원묘지가 조성되어있다.

이곳의 옛 이름은 <할미골>이었는데 공원묘지가 조성되면서 그 이름의 의미가 맞아떨어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곳에서 연화마을로 이어지는 고개의 이름은 <송장고개>이다.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는데 임진왜란과 동학농민전쟁 때 많은 사람이 이 고개에서 목숨을 잃어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한자말로 장군을 송별한다는 의미의 송장(送將)고개로 임진왜란 때 왜적의 침입을 물리친 장군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보낸 뒤에 이름 지었다는 설이다.

여수비행장이 있는 신풍의 학서리 마을도 예언성 땅이름으로 알려온다. 학서리는 마을이름이 학과 관련되어서 비행기를 큰 학으로 보았던 조상들의 예지력이며 마을 뒷산의 이름도 매봉이어서 비행장이 들어선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돌산의 대신초등학교가 있던 학교 터는 학교가 생기기전에 <모이등>이라고 했다. 이곳에 학교가 설립되자 주민들은 병아리 같은 학생들이 <모이등>에 모여 옛사람들의 선견지명에 놀랐단다.

수긍이 가는 이름도 있지만 조금은 억지스럽다.

돌산읍의 향교는 돌산이 군이 되면서 설립되어 1897년부터 석전제(釋奠祭)를 모시게 되었다. 석전제는 향교에서 유림들이 공자님을 비롯한 유교의 성인에게 지내는 제사인데 돌산의 향교가 들어선 자리가 놀랍게도 석전평(石田坪)이라는 곳이었다.

석전평은 돌이 많아서 돌밭들이라고 부르던 곳을 한자로 표기하게 된 것인데 석전제를 모시게 되자 놀라워 한 것이다.

정유공장인 GS-Caltex 앞의 섬인 묘도의 온동마을에는 바다로 길게 늘어선 <지름머리>라는 지역이 있다. 1969년 지름머리 앞에 호남정유공장이 들어서자 세간에 많은 화제가 되었다. 긴 산자락의 의미인 지름머리와 기름의 사투리 표현인 지름머리의 발음이 일치하여 생기게 된 일화였다.

남해화학이 있던 낙포리 마을에도 예언적 땅이름의 의미가 있었다. 남해화학은 비료를 생산하는 회사인데 공장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운송수단인 컨베이어에서 비료포대가 떨어지는 곳이 낙포리 마을이니 포대가 떨어지는 곳 즉 낙포리 마을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임진왜란과 관련된 일화에도 목숨을 바쳐 왜적을 막아낸 명장의 이름과 관련된 땅이름이 전해온다. 손대도와 몰운대, 이락사란 땅이름이다.

손대도는 지금의 손죽도를 이르는 지명으로 1587년 2월 손죽도에 침입한 왜구를 물리친 청년장군 녹도만호 이대원과 관련된 이름이다.

당시 손죽도 해역에 나타난 왜구를 맞아 싸워 대승을 거둔 이대원 장군은 전열을 정비한 왜구가 다시 쳐들어온다는 정보에 좌수사 심암에게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이대원 장군이 거둔 대승을 시기한 심암이 지원을 하지 않아 처절한 싸움 끝에 목숨을 잃었는데 그 장소가 손대도 앞 바다였다. 이대원 장군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을 미리 알았을까? 지금도 손죽도에는 이대원 장군의 사당이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8월 부산포 해전에서 녹도만호였던 정운 장군이 목숨을 잃은 곳이 몰운대(沒雲臺)였다. 정운장군이 물에 빠진 곳이라는 의미의 한자의 뜻과 일치하였다.

이락사(李落祠)는 남해 노량부근 관음포에 있는 땅이름으로 충무공 이순신이 전사하여 유명해진 곳이다. 이장군이 떨어진 곳이라는 의미로 이락포(李落浦)라고 부르던 곳에 공의 8대손이 이락사라는 사당을 세웠다. 이락포는 공이 돌아가시기 전부터 불렸던 예언적 땅이름으로 알려져 오는데 삼국지에서 봉추 방통이 죽은 낙봉파(落鳳坡)에 관한 이야기와 비슷한 예언적인 땅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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