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좀 특이하지만 아빠 사랑해요, 크크크"
"선물이 좀 특이하지만 아빠 사랑해요, 크크크"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06.12.25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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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아이들에게 텐트를 선물하다
 
▲ 거실에 텐트 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아빠, 크리스마스 선물 뭘 줄 거예요?"
"선물 산타 할아버지가 착한 아이에게 주는 거 아니니?"

동굴, 구석, 틈새 등을 좋아하는 아이들. 집에서 숨바꼭질, 유령의 집 만들기 할 땐 얼굴에 함박웃음이 대롱대롱 달려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음의 선물은 뭘까. 아이들 공간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여름 한철, 겨우 2~3일 사용하다 장롱 위에 자리 잡은 텐트가 생각났습니다.

"얘들아, 엄마 아빠 선물이다"라며 거실에 텐트를 쳤습니다. 6~7인용 텐트를 펼치니 거실이 꽉 찹니다. 아이들이 신이 난 모양입니다. 뼈대를 이어 세우고 자리를 깔아 이불로 마무리할 때까지 "아빠 고맙습니다"를 연신 외칩니다.

 
▲ 행복을 느꼈으면...
 
▲ 자리를 깔고 있습니다.
녀석들 행복한 표정으로 일기를 씁니다. 덩달아 행복합니다. 딸의 일기를 엿봤습니다.

제목 : 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
아버지께서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텐트를 쳐서 거기서 자게 해 주셨다.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다'라고 그러셨다
나는 선물이 많이 마음에 든다.
(중략)
오늘 여기서 잔다는 게 꿈만 같다.
정말 여기서 자는지.
우~ 신기하다.
어머니, 아니 아버지 선물 고마워 잉~ 크크….
선물이 좀 특이하지만 아빠 사랑해요.
메리 크리스마스.


 
▲ 일기쓰는 아이들
아들 녀석의 일기도 들여다봅니다.

제목 : 텐트
아빠가 크리스마스 이브 선물을 해 주었다.
그 선물은 텐트다.
텐트에서 잠자고 일기도 썼다.
(중략)
아빠가 너무너무 고마웠다.


 
▲ 아이들 텐트에 자릴 잡았습니다.
 
▲ 딸 아이는 머리 맡에 인형을 놓았습니다.
불 끄고 가족이 텐트에 누웠습니다. 웃음이 줄줄 새어나옵니다. 엄마와 아들의 간지럼 장난 끝에 아들 웃음이 울음으로 변합니다. 심통이 제대로 났습니다. 엄마의 사과도 필요 없다고 고집입니다. 그 좋다던 텐트에서 안 잔다고 합니다. 아내가 구원을 요청합니다.

"태빈아, 잠자면 아빠가 텐트로 옮길 게"
"안돼요. 그냥 그대로 놔두세요."
"텐트 치울까?"
"아니요."
"그럼, 아빠 엄마 영화보고 올 테니까 잘 자고 있어"


 
▲ 녀석들 뒹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북적이는 영화관에서 <미녀는 괴로워> 심야영화를 봤습니다. 집에 와 보니 아들의 메모가 놓여 있습니다.

"텐트에 옮기지 마세요, 누나는 텐트에 옮기세요."

녀석들이 우리 부부 침대에 자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아빠는 괴로워'입니다. 녀석의 뜻을 존중하기로 하고 딸은 텐트로, 아들은 자기 침대로 옮깁니다. 모두 함께 잠을 청하기로 했는데 결국 부자끼리, 모녀끼리 자게 됐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들 녀석이 텐트에서 뒹굴고 있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부모 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 고맙다 합니다. 있는 것 사용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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