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과 교향악의 대향연
합창과 교향악의 대향연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12.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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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고한석<논설위원>

“오! 벗이여, 곡조를 바꾸어 더욱 환희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는가!” 바리톤 음성이 장내를 압도한다. 현실과 환상이 넘나드는 시로 유명한 독일시인 쉴러(Schler)의 ‘환희에 부침’이란 시를 베토벤은 무려 30년에 걸쳐 9번 합창 교향곡(일명 코럴 심퍼니)에 담았다.

“환희여 아름다운 산들과 같이 찬란한 낙원의 처녀여 우리를 불꽃처럼 취하게 하여 황혼에서 그대의 하늘과도 같은 성역에 발을 딛게 하라… 둥글게 뭉쳐라. 황금의 술에 맹세를 걸어라. 충실은 그대의 영원한 약동, 저 하늘의 아버지에게 바치나이다.”

양일오 지휘자의 열정적인 손놀림에 따라 여수시립합창단 40여명의 환상적인 화음은 여수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반주와 함께 절정으로 치닫는다. 지난 12일 밤 여수시민회관에서는 ‘2006 합창과 교향악의 대 향연’이 공연됐다.

여느 때보다 성인관객들이 많이 참석한 이날 공연은 한 해를 마감하며 2012 여수엑스포유치를 염원하는 한편 단합과 약동을 다짐하는 근래 보기 드문 큰 공연이었다. 그래서 인생을 긍정하며 기쁨의 세계관을 고조시키는 ‘환희’를 노래했다.

장내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후일담이지만 여수 국가 산단에 근무하는 50대 한 관객은 “감동 먹었다” 고 토로했다.

어느 주부는 “여수시민의 자긍심을 일깨운 공연이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런 감동의 뒤안길을 들여다보면 실로 딱하고 놀라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위와 같은 공연을 한번 하는 데는 줄잡아 4000~50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2004년 2월 민간주도로 창단한 여수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9회째를 이어 오면서 거의 ‘구걸하다시피’ 공연을 해왔다는 사실이 그 첫째다.

두 번째는 여수를 연고로 하는 60여명 단원들의 입장이다. 주지하다시피 여수에는 음악대학이 없다. 따라서 외지에서 음악공부를 하고 귀향해도 활동무대가 없다.

그 둥지를 만들어보자는 순수한 의도가 여수필하모니가 태동한 동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면한 딱한 상황은 단원들에 대한 대우가 전무할 정도로 빈약하다.

오로지 사명의식 하나만을 가지고 단원들은 2~3개월 동안 연습하고 2시간 공연한다. 실로 놀랍기 그지없는 열정들의 소산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바로 관객들의 호응여부다. 전국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무료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객석은 빈자리가 많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초기에는 학생들과 공연자 가족들이 태반이었다. 열정적인 연주에 뜨거운 호응이야말로 연주회의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예를 들어 여수 MBC 방송국이 변변한 연습장소 하나 없는 이들 단원들에게 매주 토요일 공개홀을 연습장소로 무상 제공한 것은 그나마 지역의 예술문화발전을 위해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다행히 여수시당국도 점차 관심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한다. 2012여수 엑스포 유치를 위해 사회간접자본 시설확충이 하드웨어라면 예술문화발전이야말로 소프트웨어가 아니고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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