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와 관련된 땅이름
풍수와 관련된 땅이름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12.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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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의 땅이야기 두번째]

땅이름의 유래를 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의 소망과 자랑을 들을 수 있다. 좋은 터는 비바람을 피하고 풍족한 부를 누리며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일어나도 무사안녕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우리 조상의 터에 관한 이러한 관심은 풍수지리라는 독특한 학문으로 발전되어 후세에 지혜를 전해주고 있다. 돌산읍에 있는 천황산은 옥녀탄금혈이라는 명당 터로 알려져 있다. 주위에 있는 여러 섬들과의 배치가 풍수로 보았을 때 아주 어울리는 길지라고 한다.

돌산읍이 있는 군내리를 중심으로 하여 송도, 장구도, 화태도, 나발도, 횡간도 등이 어우러져 있는 이곳은 천황산의 옥녀가 거문고를 타고 있을 때 주변의 송도와 장구도는 메구를 치고 화태도는 췻대를 불고 나발도는 나발을 불어 옥녀와 함께 어우러진 형상이라고 한다.

때문에 항상 풍악이 울려 물산이 풍부한 길지가 되기에 부촌이 된다고 믿었다. 풍수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의지를 주거나 뺏기도 한다. 화양면 이목리의 <오시박골>이라는 골짜기에 <불뜬자리>라는 곳이 전해온다.

이곳은 큰 인물이 날 지맥을 일본사람이 땅을 파고 불을 지펴서 맥을 끊었다는 곳이다. 소라면 황새봉도 명당 터로 알려진 곳인데 이 곳 정상에도 쇠말뚝을 박아서 맥을 끊었다고 전하며 소라면 마륜마을의 철마산의 철말뚝에도 유사한 전설이 전해진다.

일제치하에 있으면서 풍수사상을 굳게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의지를 끊어버리는 이야기 들이다. 이러한 의도로 돌산 우두리와 성두마을은 일제가 한자까지 바꾸었으나 본래의 한자를 다시 찾은 사례나 굶주린 개를 뜻한다는 <줄개>에서 계수나무가 있는 달나라와 같은 이상향의 뜻으로 바꾼 계동 등은 고쳐야할 땅이름사례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

소라면 봉두리 당촌마을의 본래 이름은 닻촌이다. 마을의 지형이 배가 바다로 나갈려는 배의 형국이어서 이렇게 불렀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예전부터 마을에 함부로 우물을 파는 것을 금지했다. 마을이 바다로 나가는 배의 형국이니 우물을 파는 것은 배의 바닥을 뚫는다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야기는 나주시에도 전해지는데 나주의 지형도 배를 닮았다고 하여 배가 잘 나아가기 위해서 큰 당간지주를 세워서 돛을 만들고 마을에서는 함부로 우물을 파는 것을 금지했다. 공원묘원이 있는 봉두리의 갬실 마을에서는 마을 아낙네에게 음풍을 일으킨다는 소뭇골의 바위를 큰 나무를 베어서 가려놓았다.

풍수에 근거한 믿음 때문에 지세를 누르기 위한 방법이었단다. 율촌면 소재지 입구에 있는 작은 저수지의 이름은 갈마보이다. 갈마란 목마른 말의 의미로 목마른 말은 물을 먹기 위해서 급하게 달려오는 형국이니 기운이 왕성하여 크게 일어난다는 뜻인데 이런 지세엔 연못이 있어야 되며 없으면 인공으로 만들어서라도 지세를 다스려야 한다고 믿었다.

소라 율촌 등 여러 마을에 있는 와우라는 이름을 갖는 산이나 마을이름도 와우형의 지형에 기인한다. 누워서도 되새김질하는 소처럼 대인을 낳게 되고 자손대대로 누워서 먹는 풍족함을 누린다는 의미란다.

율촌의 연화마을의 이름은 연꽃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의 마을 이름은 마을의 지세가 풍수로 보아 연화부수형이어서 지어진 이름이다.

연꽃 연자를 쓰는 대부분의 마을 이름들은 이처럼 연화 부수지형이라는 풍수를 곁들인 유래가 많다. 화양면의 연기마을이나 삼일의 연성마을도 마찬가지이다. 연화부수지형은 자손이 고귀하게 되고 화려한 생활을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불교적인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마다 있는 안산의 이름도 풍수지리 때문에 생겨난 이름이다. 명당 앞에 안산이 있으니 마을이 명당이라는 이야기이다.

여수지역에 많은 옥녀봉도 풍요와 다산을 바라는 풍수지리 때문에 생겨난 땅이름이다. 좌청룡 우백호에 조산과 안산이 있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묘지를 찾는 음택풍수의 길지 가운데는 여근형 지형을 명당이라고 말해왔다.

이는 생명을 탄생시켜서 자손번성이라는 유교적 가족주의를 뿌리내려야 하는 농경문화의 배경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 새 생명의 탄생이었기 때문이다.

풍수가 중에는 실제의 지세보다는 땅이름의 글자가 뜻하는 의미에서 풍수를 곁들인 풀이를 하고 있어 아쉽기도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땅을 소중히 했던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도 배어있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물려주어야 하는 것은 지금 이 땅에 사는 사람의 후세에 대한 의무요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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