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뭍으로 나온 마을
고래가 뭍으로 나온 마을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12.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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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의 땅이야기 두번째 108]

바다 생물이름으로 된 땅이름이 많은 것도 우리 여수지역의 특징이다. 이런 이름 중에서 가장 많은 이름은 고래와 관련된 이름이다. 여수시의 월호동 경도의 이름도 <고래섬>이 우리말 이름이다.

초도의 경촌마을의 우리말 이름은 <고라짐>이다. 고래기미란 이름의 사투리 말로 예전에는 고래가 많이 와서 놀고 있어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거문도를 비롯해서 삼산면과 남면의 여러 섬에는 이렇게 <고라짐> 또는 <고래짝지>라는 이름으로 고래가 많이 살았던 해변의 이름이 전해온다.

여러 가지 고래의 종류 중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진 종(種)도 있었는데 그 중에는 ‘서우’ 또는 ‘시우’라 불리는 돌고래가 많이 찾는 곳도 있었다. 화양면 이목리의 <서우개>는 그렇게 서우라는 돌고래가 많이 나타나는 바닷가여서 지어진 이름이다.

같은 이름은 소거문도에도 전하고 있고 이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였던 노인 중에는 서우의 모양과 이름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는 분들을 수소문하여 만나기도 했지만 앞으론 잊히게 될 말이 되겠다.

불과 수십여 년의 짧은 시간 안에서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에서는 많은 것이 사라져버린 것을 땅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섬 지방에서 많은 이름 중에 <재립여>라는 땅이름이 있다. 여란 바다 속에 있는 암초로 물 밖으로 반쯤 모습을 내밀기도 하고 잠겨있기도 한데 이런 여 주변에는 먹을 것이 많아서 고기가 많이 서식한다.

재립이란 지금은 보기가 힘든 삼치의 일종으로 삼치보다는 큰 고기인데 <재립여>부근에서 많이 잡혔기에 <재립여>란 이름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율촌 봉전마을 앞 길가엔 <숭어터>라는 이름이 전해온다. ‘숭어터’, ‘숭어더리’, ‘숭어등’은 숭어가 많이 잡히던 해안에 붙여졌던 이름으로 이 지역 주민의 밥상에 가장 자주 오르던 고기 중에 하나였다.

비슷한 예로 <볼락바구>, <노래미바구>, <오리섬>, <오리굴> 등도 오리나 볼락, 노래미가 많이 잡히거나 살던 지역에 전해지는 많이 전해지는 땅이름이다. 돌산 우두리 마을에 전해오는 밀둠벙은 멸치가 많이 잡혔던 곳에 전해지는 이름이다.

멸치는 여수에서 ‘밀치’, ‘밀따구’, ‘밀’ 등으로 불려지며 밀과 웅덩이란 뜻의 둠벙이 합쳐 밀둠벙이 되었다. 해변이 작은 연못모양으로 이루어진 곳에 멸치가 많이 잡혀서 붙여진 이름이다.

율촌의 합동 마을은 마을 앞 바다에 조개가 많아서 <조개동> 이라 한 것을 조개 합(蛤)자인 한자로 고쳐 합동이라고 하여 이름만 들어서는 의미를 알기가 어렵게 되어 버렸다.

같은 이름의 조개동은 화양면의 소장과 안정 마을사이에도 전해지는 이름으로 지금은 두 곳 모두 간척지가 되어서 조개는 잡히지 않고 땅이름만 남아 있다.

소라면 덕양과 해산마을 사이의 고막개와 조산마을의 고막개도 조개의 일종인 고막의 산지였기에 지어진 이름이다. 조산마을에는 재미있는 이름의 유래가 전해오는데 ‘ 어느날 마을에 걸인이 들어와 출산을 하게 되자 마을 주민이 정성을 다하여 돌봐주었다고 한다.

이를 고맙게 생각한 걸인은 고맙다는 뜻으로 마을 이름을 ‘고막개’ 지어주어 한자로 도움을 주었다는 뜻으로 조산(助山)이라 했다가 일제시대에 지금의 조산(造山)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천산단 입구에 있는 해산(蟹山)마을은 본래 우리말 이름이 <기산)>이다. ‘기’는 바다에 사는 게를 말하는 사투리로 게 해(蟹)자로 한자화하여 해산 마을이 되었다.

마을의 모양이 게를 닮아서 지어졌다고 하며 때문에, 덕양으로 돌아서 이어지던 도로가 이곳 해산 마을로 직통으로 뚫리면서 게의 양발로 여기던 산자락이 잘려지게 되자 마을 주민들이 풍수지리를 들어 반대하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여수공항이 확장되면서 뒷산이 비행기의 착륙에 방해가 되어 또 한 번 게의 등에 해당하는 산 정상이 깎여나갈 처지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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