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독극물, 부자끼리 주먹다짐
공동체 파괴, 무너지는 ‘가족애’
밥상에 독극물, 부자끼리 주먹다짐
공동체 파괴, 무너지는 ‘가족애’
  • 정송호 기자
  • 승인 2006.11.28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돈안준다’ 10대 여고생 조부모 밥상 독극물 투여
27년만에 만난 아버지와 아들 ‘인연 끊자’ 멱살잡이

친구와 함께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을 보살펴 주고 있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살해하려고 했던 한 여고생이 범행 발생 일주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또 27년여 전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아버지가 뒤늦게 찾아와 의지하려고 하자 자식들이 이를 거부하며 부자지간에 멱살을 잡고 싸운 사건이 여수경찰서에 접수됐다.

우리사회의 비정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두 사건이 지역 사회에 알려지자 "노인네 들은 어떻게 됐을까" "여자 아이들의 부모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야", "버리고 갈 때는 언제고 무슨 낯으로 찾아왔을까" "그래도 아버진데...주먹질하다니"라는 비아냥과 질타 섞인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왔지만 정작 무너지는 가족애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21일 여수경찰서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살해하기 위해 밥과 국에 독극물을 탄 여고생 2명이 살인미수 혐의로 붙잡혔다.

이들 할머니 할아버지의 외손녀 인 여고생 A 양(16)은 지난 16일 오후 친구 B 양(16)과 함께 여수시 화양면 시골에서 함께 살고 있는 외조부모의 밥과 국에 독극물을 부어넣었던 것. 하지만 두 노인은 밥과 국을 한 술 뜨다 이상한 냄새가 나 식사를 하지 않고 모두 버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두 여고생이 이렇게 한 행동의 뒤에는 자신을 거둬 보살피고 있던 노인들이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고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A 양은 이혼 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용돈이 떨어질 때마다 어머니의 지갑에 손을 댔고, 결국 새아버지의 눈치 때문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그늘로 오게 됐지만 이곳에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해 이렇게 된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지난 23일 아버지와 두 아들이 주먹다짐을 벌여 여수경찰서 신세를 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7년여 전 아버지인 C씨는 부인과 이혼을 하면서 6살과 3살이던 두 아들을 버리고 떠났다.

두 아들은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며 의료계에 종사하는 직장을 가진 30대 초반과 20대 후반의 성인이 돼 남부럽지 않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8일 27년 여 만에 아버지가 몸이 안 좋다며 큰아들 직장으로 무작정 찾아 와 며칠 신세 좀 지자고 했다는 것. 결국 19일 오전 큰아들 직장 주차장에서 '이제 부자간의 정을 끊자'는 두 아들과 아버지는 멱살을 잡고 싸움을 했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폭력혐의로 경찰서를 찾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싸움은 경찰서에서도 이어졌다. 조사를 받던 아버지는 지난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부과된 벌금 70만 원을 내지 않아 벌금을 내지 않으면 이것도 함께 처벌을 받아야 된다는 것.

지갑에 돈이 있던 아버지는 자식들 버릇을 고친다며 아들에게 벌금을 대신 내 줄 것을 요구했고, 자식들은 아버지로 인정 할 수 없다며 끝내 거부하고 경찰서 문을 나왔다. 이 두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시민은 “이 사건들이 5월 가정의 달에 발생을 했으면 전국적으로 이목이 집중 됐을 사건이다”며 숨겨야할 사회의 한 단면이기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두 여고생은 지난 22일 구속영장이 발부 돼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또한 부자지간의 싸움은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아’ 별다른 처벌 없이 정리됐지만 벌금을 끝내 내지 않았던 아버지는 검찰에 넘겨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