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과 머리가 크다 해서 ‘대구(大口)’ 또는 ‘대두어(大豆魚)’로 불리는 대구는 명태와 함께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이다. 몸의 전반부는 크고 원통형이지만 뒤쪽으로 갈수록 작고 좌우로 납작하며 명태와 달리 주둥이 아래 중앙에 1개의 수염이 있다.
우리나라 동서해, 오호츠크해, 베링해 등지에 분포하며, 수심 45~450m 되는 깊은 바다에 떼를 지어 살며, 야행성이라 낮에는 바닥에 몸을 숨긴다. 「동의보감」에선 대구는 구어(口魚)라 하여,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고 기(氣)를 보(補)한다”. 고 기술돼 있다.
흰살 생선이라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글루탐산, 글리신 등 아미노산과 이노신산이 풍부해 시원한 맛이 난다. 그래서 예부터 술 마신 다음날 해장국으로 애용됐고 산모의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도 대구탕을 먹게 했다. 대구의 간은 50% 가량이 기름으로 이루어져, 간에서 추출한 기름인 간유(肝油)도 요긴하게 쓰인다. 간유에는 비타민 A, D가 풍부한데, 간유 1g에는 비타민 A가 1000~10,000IU나 들어 있다.
이외도 대구는 젓갈 원료로도 유용해서 아가미젓, 내장젓, 알젓, 고니젓 등은 예로부터 즐겨먹어온 전통 발효식품이다. 대구로 담근 젓갈은 기름기가 적어 국물이 탁하지 않고 시원해 김장용 젓갈로 인기가 높은데 특히, 아가미젓은 얇게 썬 무를 넣고 무쳐서 반찬으로 먹는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독특하다. 대구는 100g당 열량이 70㎉로 사과 수준이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도 권장할 만하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근육조직이 너무 연해 선도(鮮度)가 빨리 떨어진다는 것, 따라서 가능한 한 냉동을 하지 않고 생 대구를 먹는 것이 좋으나 부득이한 경우 급랭해야 하지만 냉동기간이 길어지면 근육에서 수분이 분리돼 스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맛이 급격히 떨지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구는 12월에서 이듬해 2월경이면 산란을 위해 진해만과 영일만 등 동해 연안의 얕은 바다로 회유하는데, 주로 이때 어획된다. 산란기에는 영양을 비축하기 때문에 맛이 제일 좋지만 산란이 끝나고 북양으로 돌아간 대구는 기름기가 빠져 맛이 떨어진다.
임여호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수산관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