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양식 30년 평생 이런 일 첨이요”
“굴 양식 30년 평생 이런 일 첨이요”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6.11.22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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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 굴 집단폐사 돌산읍 굴전 현장을 가다

▲ 남해안 양식굴의 70% 이상이 폐사했다. 폐사한 굴을 한 어민이 바라보고 있다.
“30년 굴양식을 했소, 그런데 이렇게 굴이 모다 죽기는 이번이 첨이요 첨” 16일 오후 1시 국내 대표적인 굴 양식장인 돌산읍 굴전마을.

인근 지역이 간혹 굴 폐사로 고생을 했을 때에도 한 번도 피해가 없었던 곳이다.

그래서 이번 굴 폐사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30년 동안 굴양식으로 아이들 대학공부를 마쳤다는 황순만씨(57)는 “이제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며 연신 한 숨을 내쉬었다.

황 씨의 양식장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100m 길이의 양식 줄에 알이 꽉 들어찬 굴이 주렁주렁 매달려 온 종일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창 수확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건져 올리는 양식 줄마다 영글어 있어야 할 굴 대신 바닷물만 머금은 굴 껍질만 배위에 가득했다.

황 씨는 “더 걱정인 것은 굴 양식장 바로 옆에 있는 어린 굴이다”며 “내년 굴 양식을 위해 굴 양식장 인근에 굴 부화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저 어린 굴 마져 피해를 입었다면 내년에도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 만 할 뿐이다”고 담배를 물었다.

굴 양식장은 1ha당 20개의 줄이 설치돼 있으며, 한 줄에서 굴을 채취하는데 드는 비용은 성인 8명의 인건비를 포함해 모두 60여만원. 수확을 하는 것은 60여만원을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것이어서 양식어민들은 수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년에는 한 줄당 150만∼2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인근의 다른 굴 양식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모두 일손을 놓은 채 배를 양식장에 매어 놓고 삼삼오오 모여 한숨과 탄식만 늘어놓고 있을 뿐이었다.

가막만 외에 여수지역 3대 굴 양식장으로 꼽히는 장수만·돌산 동 바다에서도 알맹이 없는 굴 껍질만 건져 올리고 있을 뿐이다. 수산당국은 예상 수확량의 70%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굴 폐사를 신고한 어민만도 400여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라면 수 십 억원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여수시는 13일부터 여수지방해양수산청과 굴 수협 여수지소, 남해수산연구소 등과 합동으로 여수지역 3대 굴 양식장을 돌며 피해 합동 조사에 들어갔다.

또 이번 굴 집단 폐사가 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2∼3도 높은데다 강수량이 적어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여수시는 집단 폐사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피해 복구비 지원 등의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지만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피해금액의 50%만을 보상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도 종패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어민들의 실제 피해는 2~3배 더 많을 것으로 보여 지역 굴양식 어민들의 시름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수지역 연안에서는 400여 어가가 매년 5800t의 굴을 생산, 연평균 16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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