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묘지 벌초 우리가 맡는다"
"버려진 묘지 벌초 우리가 맡는다"
  • 정송호 기자
  • 승인 2006.09.19 17: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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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해경 276함 승선원,마래산 무연고 묘 손질 '비지땀'

   
“추석도 다가오는데 마래산에 있는 무연고 묘지들 벌초 한번 해주는게 어떨까?”

4박5일동안 해상훈련중이던 바다의 파수꾼들이 육지에 도착하자 마자 할일을 결정했다.

추석을 앞두고 마래산에 있는 무연고 묘지들을 벌초 해주기로 한것.

여수해양경찰서 276함(함장 박정민) 소속 경찰관들과 전경대원들은 지난 8월 말 여수시 신항 인근에 위치한 마래산을 등반하는 과정에서 등산로 주변에 방치된 무연고 묘지들이 못내 가슴에 남았었다. 

그래서 대원들은 이번 함정 근무를 마치는 대로 무연고 묘지를 벌초 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4박 5일간 여수신항에서 거문도, 백도 및 EEZ해역까지 함정 근무로 인한 피로감도 만만치 않지만 모처럼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피로감도 멀리 떨쳐지는 듯 했다.

276함 승선원들 12명은 지난 12일 여수 신항으로 귀항한 후 지난 18일을 봉사활동 D-day로 잡고 주변에서 예초기와 낫을 챙겨 마래산에 올랐다. 

첫 작업 장소는 마래산 중턱에 위치한 여수시 만흥동쓰레기 매립장 정문 부근.

수년째 사람을 손길이 닿지 않은 무연고 묘지에는 각종 잡초들이 사람 키보다 더 크고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바다사나이들은 예초기로 제초를 하고 낫으로 다듬을 때 이마엔 구슬땀이 맺히도록 힘겨웠지만 마음만은 내려다 보이는 남해바다 만큼이나 시원했다.

봉사에 참여한 한대원은 “추석 때 고향에 있는 선산에 벌초도 해야 한다”며 "주인 없는 옛사람들의 묘지를 손질하고 있자니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이 이날 하루 손질한 묘소는  70봉분. 말이 70봉분이지 하루만에 70봉분을 손질 한다는 것은 여간 정성이 아니다.

더더욱 벌초의 힘겨움을 뒤로하고 새 단장된 봉분앞에 후손들을 대신해 술 한잔 올리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번 벌초 봉사를 주도한 276함 기관장 김재림 경위는 “4박 5일간의 출동을 마치고 입항하면 피곤하지만 시간을 내 무연고 묘지에서 벌초를 하니까 보람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이번을 기회로 여수지역 일대 무연고 묘지에 대해 매년 벌초작업을 해볼까 한다”고 넉살 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경찰관들과 대원들은 19일에도 마래산을 찾아 25봉분을 벌초를 하는 것으로 한가위 맞이 봉사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벌초봉사의 뿌듯함을 뒤로하고 20일에는 다시 남해바다를 지키기 위해 출동을 해야 한다. 

해경 276함은 여수해경에서 두 번째로 큰 250톤급 경비함으로 한 달에 10여일을 거문도, 백도 및 EEZ해역에서 해상경비, 밀수.밀입국 등 해상범법자 단속, 응급환자 수송, 불법 불법어선 단속 등 해상치안활동과 해양주권을 수호하고 있는 남해안의 파수꾼으로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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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2006-09-20 08:11:27
추석을 맞이하여 더좋은일을 권합니다.
조상묘를 잊고사는 불효자는 갈수룍 많아집니다(이유야 많겠지만-)
김경위님이하 땀리셨습니다만 인간은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것에
역행하는 처사아닙닊까.기왕 하실거면 산사람을 위하는 봉사의 길을
권합니다.등산로를 따라 울창한 숲의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함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