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바위이름들
재미있는 바위이름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9.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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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의 땅이야기 두번째 96]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진 신비로운 형상의 바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바위에서 사람이 태어나고 사람이 바위가 되기도 하는 옛 전설은 기발한 상상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현대인이 모르는 신비로움이 숨어있지는 않을까?

학창시절 수학여행 길에 한번쯤 밀어보았을 설악산의 흔들바위는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바위중 하나이다. 그런 흔들바위가 우리 여수에도 여러 곳에 전해온다.

‘향일암’이 있는 임포마을의 금오산과 거문도 서도의 보로봉 남쪽에는 아주 멋진 흔들바위가 전해 온다. 화양면 산전마을에 있는 흔들바위의 이름은 여수의 흔들바위답게 이름이 재미있다. 이 마을에선 바위가 ‘깐닥깐닥’ 흔들린다하여 <깐닥바구> 라고 부른다.

흔들바위와 비슷하게 생긴 ‘맷돌바위’는 바위 위에 얹혀 있는 모양이 ‘맷돌’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다. 화양면 이목리의 옛 동구의 길가에 위치한 맷돌바위는 <얹힌바구>라고도 한다. 큰 바위 위에 석질(石質)이 다른 바위가 얹혀 있어 힘 좋은 장사가 힘을 자랑하기 위해 올려놓았다는 전설도 함께 한다.

율촌 산수리 앵무산에도 <머리얹은 바구>라고 부르던 맷돌바위가 산 위에서 마을을 지켜보고 있었으나 불과 몇 년 전 큰 폭풍우 때 산 아래로 굴러 이젠 그 이름만 남았다.

소라면 덕양리의 뒷산 맷돌바위는 금방이라도 쌀가루가 온 동네로 쏟아질 듯 맷돌을 닮았다. 산 아래 학교가 생긴 일도 마을에 똑똑한 사람이 많이 나는 것도 다 이 맷돌 때문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개도 마을에는 길흉을 점쳤던 <시절바구>라는 바위가 있다. 정초에 바위에 파도가 쳐서 바위의 색이 변하면 시절이 좋지 않고 변하지 않으면 시절이 좋다고 전해온다.

화정면 자봉도의 <상바구>는 마을 주민이 자주 바라보면 마을에 나쁜 일이 생겨서 바위를 울타리로 가려놓기도 하였다. 바위에 알지 못하는 힘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없어진 삼일 월내 마을의 시루떡 바위에도 영험(靈驗)의 이야기는 전해온다. 지나는 사람들이 돌을 던져 돌이 떨어지지 않으면 떡을 먹을 운이 있다고 여겼다.

소라면의 복촌 마을은 마을 뒷산 종자봉에 있는 바위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이 대단하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이 흉사(凶事)가 없고 잘살고 있는 것이 종자봉에 있는 바위들 때문이라고 한다.

종자봉에는 <영감바구>와 <할멈바구>가 있고 그 사이에 신방에 불을 밝히는 <종지기바구>가 있으며 그 뒤에 <병풍바구>와 <길쌈바구>가 있다.

이들 바위의 이름들을 모아서 풀이를 하면 병풍에 밥이 있어 먹을 것이 풍족하고 길쌈을 하는 길쌈바위까지 가까이 있으니 의식주가 모두 해결이 되어 그 풍족한 기운이 마을에 뻗쳐 내려와 복촌마을이 잘 살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에 일어났던 애처로운 사건도 바위이름으로 남아 후세에 사연이 전해온다. 이름만으로도 예쁜 여자도의 각시바위는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가 홀로 계신 시아버님이 좋아하시는 해산물을 채취하다 풍랑으로 목숨을 잃은 뒤 <각시바>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비행장이 있는 신풍 학서리 해변에 전해지는 <각시바위>는 ‘망부암(望夫岩)’이라 한다. 고기잡이를 위해 바다로 일을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모양이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을 닮았다.

각시바위와 비슷한 ‘처녀바구’란 이름도 여러 마을에 전해오는데 슬픈 사연들을 담고 있다. 백야도의 ‘처녀바구’는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처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 불려졌다.

화양면 안정마을의 ‘처녀바구’는 ‘갯것’하러 갔던 처녀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죽은 후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각시나 처녀처럼 예쁜 바위에 붙어야 어울릴 이름이 애처로운 사건 후에 지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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