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심기’ 인류의 즐거움
‘나무심기’ 인류의 즐거움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3.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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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옥금 <나주대학 교수>
   
“나무심기 가장 좋은 때는 20년전 이었다.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20년 전에 나무를 심었더라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는 이처럼 삭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때를 놓쳤다고 해서 그냥 있을 수는 없다. 그다음으로 좋은 지금이라도 나무를 심어야 한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통해 여수에 희망의 나무를 심자 라는 한 단체의 편지를 받았다. 도시에 산다는 핑계로 이래저래 얼버무리며 넘어가곤 했던 식목행사를 이번에는 의미있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와 함께 참여하기로 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국가의 거창한 정책도 아니고, 선심성의 예산분배도 아니고, 정치인의 공약은 더군다나 아니다. 시민의식 속에 살아있는 참여와 실천만이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다.
나무 한그루에 일만원의 기부금을 내면서 나는 많은 꿈을 꾸었다.

베토벤이 전원교향곡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오스트리아의 빈 숲을 생각했고, 전쟁의 악몽을 겪으면서 자신을 학대하고 파괴했던 인간들을 포용하며 시원한 나무그늘과 풍부한 자원을 나눠 주고있는 베트남의 숲, 아직도 전 세계어린이들의 가슴속에 산타클로스가 살고 있는 핀란드의 자작나무숲.‘사자의 성지’ 또는 ‘죽은자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말레이시아의 키나발루산은 죽어서도 살고 싶은곳이 바로 숲이라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시바의 머리털로 불리던 희말라야의 숲이 생계의 수단과 벌목으로 활폐해졌을때도 나무를 사랑하던 사클라니가 심은 수만그루의 나무를 통해 시바의 머리털을 다시 풍성하게 만들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목재의 공급기지로 쓰기위해 일본의 아카자와 숲을 조성했지만 훗날 그 숲은 산림욕의 발상지가 되었다.

영국의 벌채권을 함양함으로써 급격히 줄어들던 어려운 시절 타이의 자유를 지켜온 티크 숲도 인간의 욕망과 치열하게 싸운 자연의 힘이다.

우리나라의 수도이전 청사진 속에 모델로 들어있는 호주의 캔버라 도시숲은 내가 숨박꼭질하듯 헤메던 여행의 기억 속에서 선명히 살아있다. 원주민 에버리지널 언어로 ‘만남의 장소’라는 뜻을 가진 황무지에 세워진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는 실개천을 응용하여 만들어낸 벌리 그리핀 호수가 있다.

그 아름다움은 갈길이 바쁜 여행자를 호숫가에 한나절 이상이나 잡아두기에 충분했다. 그곳에서 찍은 내 사진속에는 아직도 ‘더 푸르게 푸르게’라고 쓴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숲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라고 말하기에 손색없는 곳이었다.

이제라도 시작한 우리의 나무심기가 20년 후에는 나무심기에 가장 좋은때 바로 20년 전이 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나무심기 운동에 영혼이 아름다운 여수시민 모두가 참여하여 준다면 이 작은 운동이 시작되는 돌산공원은 머지않아 도시속에 있는 공원이 아니고 공원속에 있는 도시로 여수를 변화시켜 줄 것이다.

세계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엘로스톤 북문 아치에 ‘인류의 즐거움과 이익을 위하여’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일만원의 참여로 인류의 즐거움과 이익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니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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