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줄 사람이 잘 선택해야”
“떡줄 사람이 잘 선택해야”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2.0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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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논설위원, 여수YMCA사무총장>
한해가 저물면 사람들은 으레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고 회고한다. 너무 상투적이어서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한마디로 표현하는데 이 단어 이상이 없어 습관처럼 쓰곤 한다.

그런데 작년 말에는 이 말이 그다지 애용되지 않았던 것 같다. 화살처럼 빠른 세월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연거푸 터지니, 이제 어지간한 일 정도는 ‘사’나 ‘난’ 측에 끼지도 못할 정도로 우리 감각이 둔해진 것일까.

그럴 듯도 하지만 작년에는 희귀하게도 선거가 없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해석이 좀더 묘해질 수도 있다. 즉 선거가 없었으니 다사다난할일이 뭐가 있었겠느냐 이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또다시 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다. 그것도 기중 복잡하기 그지없는 지방선거다. 올해 있을 지방선거도 그렇지만 내년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해는 그야말로 한판 몸살을 앓아야할 판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축제다. 나라의 주인인 유권자들이 신성한 제 권리를 행사하는 기분 좋아야할 행사다.

그런데 선거가 한판 지나고 가면 축제 후의 어지러운 쓰레기더미나 황량함과는 비교도 안 될 후유증과 상처가 남는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극히 소수의 승자만이 축배를 터 트릴뿐 공동체는 파괴되고, 원망과 질시는 다음에 두고보자하는 증오감을 낳는다.

이보다 더한 다사다난은 없다. 그러니 선량한 많은 유권자들은 차라리 선거가 없었으면 한다. 애써 관심에서 지우려한다.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정치인들 김칫국만 마시는 행사로 선거가 전락해가는 것이다.

설을 쇠자마자 각 당에서 예비후보를 모으고, 경선방법이나 일정을 밝히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일련의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곁에서 바라보기에 걱정스런 점이 많다. 과연 그들 후보 중 떡줄 사람인 유권자들을 진정한 섬김의 주인으로 생각하면서 나선 이들이 몇이나 될까.

그런 사람들이 입후보한 것이라면 천만다행이되 만일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김칫국 그만 마시고 뜻을 접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이 선거를 통해 입신양명의 뜻에 매몰되거나 공명심에 젖어 자기 잘난 과시를 위해 출마한 사람, 유권자들은 잘나서 군림하려드는 머슴이 아닌 유권자 뜻을 잘 헤아려 성실하게 심부름하는 실력 있는 머슴을 원한다.

또 선출직을 돈버는 머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 유권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낼 강도에 다름 아니다.

이도저도 없는데 힘 있는 권력에 빌붙어 기생을 유지하기 위해 못된 정치풍토조성에 혈안이 된 사람, 이런 사람들이 정치 불신과 정치혐오증을 양산해내는 주범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백면서생에 지나지 않는 필자의 충고를 귀담아들을 리 없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매서운 눈매와 표 심판이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무관심하고 혐오증만 드러내면 성실하고 좋은 후보들은 새카맣게 속이 타들어가고, 이렇게 형편없는 후보들은 은근히 좋아하게 마련이다. 판을 흐려놓고 그 덕까지 보는 것이다. 물론 그 최종적인 피해는 유권자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으로 귀결된다.

담배 안 좋은지 알면서도 금연이 쉽지 않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지 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관심을 끄더라도 선거 때만이라도 후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꼭 한 표를 행사해야한다.

사형선고 받은 후에 금연 결심해 봤자 늦듯이, 망나니 뽑아놓고 나면 그 망나니가 내 목을 치려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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