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행정보다는 경영행정을
개발행정보다는 경영행정을
  • 이상율
  • 승인 2006.01.26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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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눈] 이상율 <주필>
여수 시청 직원들이 신년 들어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공무원 행동강령 실천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한다. 병술년 새해를 맞아 투명하고 성실한 공무 집행을 다짐하는 일이어서 반길 일이긴 해도 어쩐지 찝찝한 뒷맛이 남는다.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는 사실이 공표된 후 인데다 특히 시장의 임기 말의 일이어서 새삼스럽다는 생각은 물론 “사또 뜨고나팔 부는 격이 아닌갚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해 국가 청렴위원회가 2005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 여수시가 10점만점에 8.41점을 얻어 도내 22개 시군가운데 17위로 하위권에 들었다.

해남군의 경우 지난해 조사보다 무려 1.20점이 높아져 청렴도 개선 노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진도군과 광양시는 청렴도 우수기관으로 분류됐다. 이번 측정은 금품 향응제공 . 업무처리 공정성 등 11개 항목으로 나눠 민원인과 공무원 8만 6892명에 대한 전화조사(한국갤럽.한국리서치) 결과를 점수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여수시는 조사대상 325개 기관 가운데서는 평균평점 8.68점에도 못 미치쳐 부패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진단된 것이다.

아름다운 여수의 시청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이는 개발행정에만 역점을 두고 조직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즉 개발 행정만 있고 경영행정을 멀리한데서 온 것은 아닌가 스스로 반성해볼 일이다.

지방 자치 시대에 비교적 경영마인드가 특출한 사람들이 성공 신화를 일궈왔다. 이는 개혁적이고 정보화에 대한 인식이 풍부하여 새로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국제적 감각이 있는데다 민주적 발상과 주민중심 서비스 행정을 중시여기고 실천해온 지도자 그룹들이다.

일본의 이즈모 시청은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공무원들을 진정한 봉사 인으로 만들어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신화를 이루었다. 특히 종합복지 카드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을 뿐 아니라 지자체의 행정이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카드는 65세이상의 노인들에게 발급되는 것으로 혈액형과 혈압, 병력(病歷), 연금수첩, 보험증 등 모든 의료데이터를 수록하여, 언제 어디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더라도 응급처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외에도 가족사항, 현주소, 본적, 연금수첩 등 여러 가지 행정데이터도 입력되어 있어 민원 신고서를 쓰지 않고도 제 증명을 발급받을 수 있다. 지금은 의료ㆍ복지ㆍ행정기능에다가 금융기능까지 추가된 카드로 발전하여 일본 내 어디서든지 전국 어느 우체국에서라도 현금 인출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우리 여수시는 SOC 확충이 마치 행정의 전부인양 매달려왔다. 그 결과 조직 개편의 비합리성, 인사 때마다 발생하는 후유증, 시 종합청사 이전, 박물관 건립 등 모든 일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갈등만 증폭됨으로써 분명한 공무원 상 정립은 물론 봉사행정 즉 서비스 행정 실현은 물 건너가고 만 것이다.

도시발전의 근간이 되는 SOC 확충은 시급한 사안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여수시는 도시경영이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더욱 심혈을 기우려야 한다.

조직의 경직화를 막고 스스로 봉사자로 나서는 조직을 위해서는 지도자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과정과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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