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선거가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1.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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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한창진 <논설위원, 여수시민협 상임공동대표>
‘봉이 김선달’ 하면 누구든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사람’하고 떠올린다.

대단한 수완으로 여겨지는 그 시대의 인물이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어리석은 사람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지식 정보화시대인 지금 여수에서도 그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개인 소유가 아닌 도로를 자기 소유로 여기고 물건을 싸두고 판매를 하는 노상 적치는 흔한 일이다.

도로 아무데나 보기 흉하게 대형 안내광고판을 세우고 있다. 도로를 걷다 보면 주로 교회 안내판이 줄줄이 서있었는데 이제는 병원 안내판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 전 세워진 대형 마트는 한참 동떨어진 여러 곳에 대형 안내광고판을 세워서 보행자 통행과 시야를 가리고 있다. 무질서하게 목이 좋은 곳이면 무조건 세우는 것은 단속에 걸리면 철거가 아니라 도로 점용료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또, 밤과 낮, 시도 때도 없이 이동식 입간판이 도로를 가로막고 있다.

소호동 부두와 방파제는 홍합가공을 위한 불법 컨테이너박스와 조립식 건물이 조그만 틈도 없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다.

입구 방파제의 고정식 포장마차는 수족관을 두고 야간 영업을 하고, 한쪽에는 다른 가게 선전용 간판까지 붙어있다. 한술 더 떠 근처 임시 토사 저장용 가리개 포장에는 순천소재 모텔 소개 현수막이 1년 넘게 걸려져 있다.

그뿐 아니라 작년 7월 1일부터 공무원의 주5일제 근무가 시행되면서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는 행정력의 마비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사실을 아는지 시내 주요 도로 변에는 낯 뜨거운 불법 현수막이 마구잡이로 걸려있다. 심지어 시청 정문 앞 도로변까지도 전자제품 소개 현수막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오히려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지정 게시대에 부착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이다. 불법 주정차, 상품 노상 적치, 도로변 가게에서 포장을 달아내 의자를 놓고 하는 영업, 인도에서 차량을 이용한 노점행위 등이 태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굳이 세금 내고, 위생 점검 받으면서 영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생길만 하다.

더 어이없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시장에 가면 혹시 화재가 발생할 때 소방차 접근은 상상도 못하고,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도로에 고정 좌판대를 설치하여 상행위를 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을 상대로 상가 건물주 개인 또는 상인 단체에서 청소비라는 명목으로 자릿세를 징수하고 있다. 국가 소유인 도로를 무단 점용하고 자릿세까지 받고 있는데 어떤 곳은 시 예산을 들여서 햇빛과 비 가리개까지 설치해 준다고 한다.

노점상 유도구역과 노점상 금지구역 표시판이 무색할 뿐이다.
물론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 당국에서 충분한 해소 대책을 세워야 하겠지만 이와 같이 행정력을 비웃는 듯한 불법과 무질서가 판을 치고 있는 데도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심각한 일이다.

그것은 시장을 비롯한 시의원, 국회의원 등 선출직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최소한 5월 31일까지는 어떤 단속도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어떻게 전국적인 체육 행사와 세계박람회 실사단을 맞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유치가 문제가 아니라 오는 손님들에게 아름다운 여수를 보여주려면 도시 정비가 시급하다. 먼저 계도를 한 다음 원칙과 기준을 세워 대대적인 단속을 하여 실추된 행정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 다음 시민들에게 ‘청결, 질서, 친절, 봉사’와 같은 엑스포 시민운동을 호소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선거가 끝나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시민들은 언제까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지 답답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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