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갈등에는 대화가 없다
모든 갈등에는 대화가 없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12.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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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창 진 <논설위원, 여수시민협 상임공동대표>
   
‘내가 깨끗하면 어떤 일을 해도 정당하다.’
예로부터 정치인을 선택할 때 최고의 덕목으로 청렴도를 든다. 가장 청렴할 수 있는 방법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일은 하지 않으면 된다. 청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면 정치인을 모두 성직자로 대체하라는 것이다.

흔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청빈하게 사는 것을 강조하여 애써 가난한 척 하려고 하는 경우를 본다.

또, 자선 사업과 정치를 구분 못하고, 정치인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 한 대신에 자선 사업으로 돋보이게 한다면 결코 선한 일이 아니다. 물론 자선 사업도 하고,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잘 하면 금상첨화이다. 분명한 것은 시민들이 선출할 때 자선 사업가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역량을 발휘해서 지역 발전과 시민 삶의 질을 향상 시키라고 한 것이다.

이제 4년의 임기를 마쳐가는 지역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시민 다면평가를 하여 성적표를 작성할 때가 되었다. 모든 항목에서 ‘잘함’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보통’은 되어야 할 텐데 올 한 해만 보더라도 함량 미달이 우려된다. 중심에는 가장 중요한 시민의 뜻을 반영하지 않은 점이다.

어느 해보다 크고 작은 갈등이 많았다. 그 갈등마다 공통점은 가장 기초적인 계획 단계에서부터 의견 수렴 없이 권위적으로 혼자 판단해서 형식적 절차를 거치는데 급급했다. 관선 시장 시대와 지방자치가 시행되지 않았을 때도 이와 같은 갈등이 없었을 것 같다.

그 당시는 민원이 발생하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하지만 지금은 사법당국에 구속되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통하기 때문에 지역의 미래도 소용이 없고 오로지 표심만 쫓아, 시간만 나면 표가 있는 곳으로 쫓아다니기 바쁠 뿐이다.

지난해에 이어서 청사 교환 문제를 시작으로 시티파크 골프장 건설, 특정대학 진학 거액 제공, 시립박물관 건립에 이르기 까지 모든 갈등이 절차와 내용에 있어서 문제가 아니라 원천적인 타당성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엄청난 예산과 파장이 우려되는 중요한 문제를 계획 단계에서 충분히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했어야 한다. 참여 정부에 이르면서 시장이 위촉한 위원회가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위원회 운영에 따른 회의비와 식대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사전 검증을 거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것은 많은 위원회가 여론 수렴을 위한 대표성을 띤 각계각층 구성이 아니라 6,70년대와 같이 의전용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2천명이 다 되는 시 행정조직 어느 한 곳에서도 어느 광고 문안처럼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 요’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시립박물관 건립에 있어서 의회는 한 술 더 떴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조사특위를 구성하고, 문제를 지적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해놓고도 건립 예산 승인을 해주는 이해가 안 되는 조치를 취하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처음부터 조사특위보고서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한다. 집행부와는 달리 시민의 대의기관이면서도 그와 관련 공청회나 여론 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당론에 따라 표결에 참여했다고 한다.

시의회는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특정당의 당론만 있고, 시민 여론은 실종된 적이 몇 차례 있었다. 그 때마다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지금껏 달라지지 않은 것은 특정 당 중심으로 ‘묻지마 식’ 투표 형태 때문이다.

유권자의 의식 변화는 우리 시민단체들의 몫이다. 시민들은 시민단체도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성명서를 발표할 때 시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한다.

그러나 차이점은 시민단체는 법적 기구도 아니고 정부 예산 투자 기관도 아니다. 늘 정치인이 주장하는 일부 시민들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시정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그렇다고 해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앞으로는 어떤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더 면밀한 검토와 시민 여론 수렴을 통해 초기에 문제 제기할 수 있도록 시민운동의 대중화에 힘쓰겠다.

2006년 새해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의원까지 시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제공하는 만큼 실종된 풀뿌리 정치, 지방 자치의 의미를 살려야겠다.

함량과 자격은 미달하면서 한풀이식 여론 몰이를 통해 특정 정당의 공천에 기대어 당선만 해놓고 보자는 식의 정치꾼들이 발 못 붙이게 하는, 선거 혁명이 필요하다.

또, 4년 동안 책임도 묻지 못하고 애간장 태우지 않으려면 선거철만 되면 하늘의 별을 따다 줄 것 같이 굽실거리는 사탕발림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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