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 보다 더 매서운 경기
겨울바람 보다 더 매서운 경기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5.12.30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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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장을 가다] 한파에 썰렁해진 재래시장
   
▲ 2005년이 얼마남지 않은 시간. 새벽 찬 겨울바람을 맞고 서 있는 노점상인들의 얼굴에 희망이 피어나기를 바란다.
다가오는 2006년을 삼일 앞둔 29일 새벽 여수의 상징인 서시장을 찾았다. 예전이면 흥정하는 사람들로 움직이기 조차 버거웠을 서시장은 영하의 날씨를 녹이려는 노점상들과 모닥불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무를 팔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집을 나섰다는 김순덕(65)할머니는 “날씨가 추버지면서 암도도 시장을 안 찾소”며 “그래도 혹 몰라 해질녁까지 자리를 뜰 수 없다”고 말했다.

옆에서 같이 장사를 하고 있는 이점례(71) 할머니도 “여수에서 이렇게 빨리 눈이 내리는 것도 처음보고 또 이렇게 추운것도 처음이다”며 “아침 일찍 나와도 하루 2~3만원 벌기가 빠듯하다”고 날씨를 원망했다.

연일 강추위가 지속되며 재래시장이 동장군보다 무서운 한파를 겪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곧장 훈훈한 실내에서 시장을 볼 수 있는 대형 할인매장과 달리 재래시장은 날씨가 추워지면 곧바로 매출감소로 이어진다.

만원벌이 빠듯 강추위 속 온종일 빈손

10여년 동안 서시장에서 어물을 판매하고 있다는 윤이분(여·56)씨는 “요즘 날씨가 추워지며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경기도 나쁜데 날씨까지 도움이 안된다”고 한숨지었다.

집에서 만들어온 청국장을 팔기위해 좌판을 마련한 정옥희(67)할머니는 바쁜 걸음을 옮기는 행인들을 바라보며 시장에서 주워 모은 땔감으로 조그만 난로를 만들어 추위만 녹이고 있었다.

“가져오기 바쁘게 팔려 나가던 때도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영 시원치가 안타”는 돌산 평사리 정말례(70)할머니. 정 할머니는 30여년 넘게 서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그나마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서시장은 다른 재래시장 보다 상황이 좋은 편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서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다른 시장보다 흥정하는 소리가 높다.

하지만 지역 사회단체의 이 같은 활동도 상가를 가지고 있는 상인들에게나 도움이 될까 노점상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노점상들의 이야기다.

대형마트 입점, 힘들어진 재래시장

실제로 신기동 도깨비 시장은 아침 6시가 넘은 시간에는 아예 손님이 없어 장이 서지도 않는다. 아침 7~8시 아침해가 뜨고 난 이후에나 장이 설 정도다.

신기동 도깨비 시장에서 좌판을 벌이고 있는 서인자(68) 할머니는 “여천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장사하는 날보다 공치는 날이 더 많다”며 “그나마 하루 2~3만원이라도 벌어야 하니까 이 추위에도 나온다”고 하소연이다.

서시장에 들어온지 5년째인 정미순(42)씨도 "여기저기 들어가야 할 돈은 많은데 화장품을 사는 손님은 손에 샐 정도다"며 "지역경기가 지금처럼 안 좋았던 때가 있었는가 싶게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주)서시장 박종천 전무는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이 쇠퇴하고 있다"며 "어족자원의 고갈로 여수 경기의 한 축을 이뤘던 어업이 몰락하면서 서민경제는 지금 암흑과 같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당연히 서민경제와 같이 호흡하는 재래시장이 덩달아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며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지원이나 자구책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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