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한·미동맹은 가라
껍데기 한·미동맹은 가라
  • 박성태 기자
  • 승인 2005.11.18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성태의 렌즈속으로 2]
   
"나는 스파이도 영웅도 아니다"
9여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고국을 방문한 로버트 김(65.김채곤)은 힘들고 지쳐보였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언론은 요란했고, 반복해서 미국의 국가기밀을 어떻게 유출했는지 묻고 또 물었다.

지난 14일 여수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로버트 김은 시선이 고정되지 못한 채 무엇인가를 불안한듯 응시했다.

그는 "지금도 감시카메라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다"며 "미국으로 돌아갈때 공항에서 나를 다시 붙잡지 않을까 두렵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부친 고 김상영 옹의 카리스마를 보며 한때 금융인을 꿈꿨던 그는 한양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해군정보국에서 컴퓨터 정보분석 전문가로 활동한 평범한 인물이였다.

지난 95년 한국의 강릉지역에 북한 잠수함이 침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해군 백동일 대령에게 건넨 그는 한미동맹을 고려할 때 지극히 당연한 정보제공이라고 여겼지만 미국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이로인해 9년간의 수감생활을 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국인으로서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듣는 우리는 가슴이 찡했다. 그가 말한 말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때문이다.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조국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신념을 가지고 하는 일이 바로 조국애라는 소중한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줬다.

그는 앞으로 청소년들과 인터넷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자신과 같은 희생자가 미래의 청소년들에게 반복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였을까. 그는 청소년을 이 나라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김을 이벤트 대상으로 여기고 호들갑을 떠는 일이 과연 능사인지,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한번 반성해봐야 한다. 특히 여수시민은 로버트 김을 진정한 영웅으로 대접하는 일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로버트 김의 동상을 세우는 일이 감히 여수시민의 몫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로버트 김의 동상을 보면서 조국애와 민족의 자주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말 한마디’로 9년의 수감생활을 할 수 있다는 종속적 한미관계가 21세기 11월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줘야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