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단VS 노동계 다시 움직인다
대화 중단VS 노동계 다시 움직인다
  • 정송호 기자
  • 승인 2005.10.31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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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상황종합] ‘강제진압’ 준비 착수 VS ‘점거노동자 인권문제’ 최대 이슈
   
▲ 진상조사차 현장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이날 단 의원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대하이스코 크레임 점거사태 7일 넘기고 있는 가운데 ‘강제진압 분위기’와 ‘점거노동자 인권문제’가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함께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7일째 크레인 점거 농성에 들어가면서 각계의 지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크레인 7대 점거 후 첫 주말을 맞은 현대하이스코 공장 앞에는 경찰특공대 강제진압에 대비해 가족들과 지역 시민단체의 공장 항의방문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또 점거노동자들의 생존에 대한 인권유린의 문제가 대두되 각계에서 사태 파악 후 국가인권위제소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현대하이스코 측은 “공장이 위험한 상황이어서 어떠한 사람도 출입을 허락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모든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

또한 경찰특공대의 진입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확인 되면서 공장주변에는 “강제 진압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편, 허준영 경찰청장이 31일 오후 5시께 상황보고와 안전대책 수립차 현대하이스코 농성 현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비정규직 크레인 농성, 각계 성원 봇물

   
▲ 현대하이스코 공장으로 순천지역 각계 지지방문이 이어지고 점거 노동자 생존을 위해 음식물 반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이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의원이 29일 진상 조사단 자격으로 현대하이스코 현장을 찾아 오전 11시 현대하이스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께 6일째 해고자 원직복직 등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를 위해 정문 출입을 시도했지만 사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정문 출입을 거부당한 후 단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현 사태의 책임이 원청인 하이스코에 있다는 점과 노동부의 안일한 행정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강조했다.

단 의원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대하이스코 자본은 중재 노력을 외면하고 경찰 또한 공권력을 투입하려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며 "모든 불상사는 회사와 경찰에 있음을 엄숙히 선포한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동당은 현대하이스코 문제 해결을 위한 진상 조사단을 구성했다"며 "사측의 부당 노동 행위 및 불법 파견은 물론 감독기관인 노동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와 경찰의 인권 탄압 진상 조사를 실시해 국가인권위에 제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단 의원은 ▲"크레인 농성 노동자들에게 빵과 음료 등 음식물 반입을 경찰서장이 책임지고 안전하게 보장할 것과 ▲"직접 크레인에 올라가서 노동자들과 얘기해 보고 필요하면 회사쪽도 만날 것이며 ▲"진압 시도 등 일체의 자극적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은 경찰이 피해갈 수 없으므로 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대해 순천경찰서장은 "강제진압은 현재로서는 계획에 없다"며 "공장 출입 허용은 경찰의 권한이 아니라 사측에 달려있으나 사측이 거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방문도 이어져

이정봉 목사(52.순천새벽교회, 순천노회 인권위원장)가 크레인 점거 노동자들에 대한 음식물 제공을 요구하며 지난 27일부터 단식기도에 들어간 가운데 대한예수교장로회 순천노회 소속 목사들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29일 오전 11시쯤 순천노회 조영춘 목사와 김영위 목사 등은 크레인 점거노동자들에게 줄 김밥 3상자와 초코파이 10상자, 생수 180개를 준비해왔지만 전달하지 못한 채 정문 바리케이드 앞에 쌓아놔야 했다.

원불교 순천지구 교무 2명도 비슷한 시간에 현대하이스코를 방문해 6일째 생사를 넘나드는 노동자들의 아픔을 위로하며 노동자들의 생존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순천YMCA 박두규 사무총장과 순천참여자치시민연대 이상석 사무국장 등도 이 날을 포함해 연일 현대하이스코에 도착해 시민사회단체 차원의 성원을 약속했다.

민주노동당 순천대학교 학생위원회도 성명서를 내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 모는 현대하이스코는 즉각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 경찰 민주노총 관계자 연행 시도

지난 25일 유혈충돌이후 집회 주동자로 경찰에서는 민주노총 전남동부협의회 박상욱 의장을 강제연행하기 위해 26일부터 사무실에서 진을 치고 있다.

29일 오전 9시 사복경찰 6명이 민주노총 전남동부협 사무실에 난입해 박상욱 의장 연행을 시도해 조합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사복경찰들은 먼저 신분도 밝히지 않고 영장도 제시하지 않은 채 사무실로 들어와 박 의장을 찾았으며, 나가줄 것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가했다.

조합원들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사복경찰들은 뒤늦게 영장을 보여주고 "하이스코 문제로 영장이 청구됐고, 이를 집행하기 위해 온 것"이라며 "절차상의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또 이들은 박 의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오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20여분 만에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 경찰 강제 진압 준비 착수…농성자 가족 항의방문 중 실신

경찰 특공대를 투입해 크레인 점거 농성장 진압을 위한 준비모습이 눈에 띄면서 공장으로 몰려든 농성자 가족들과 이를 강력 저지하는 회사측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30일 오전 11시부터 농성자 가족 10명은 공장 정문 출입을 요구하며 사측 용역경비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여 가족 1명이 실신해 긴급 후송됐다.

이 날 가족들은 경찰 특공대가 농성장 B동 지붕 판넬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몰려들어 "남편들과 함께 떨어져 죽겠다"며 정문 출입을 필사적으로 강행했으나 용역경비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임산부와 3~4살의 어린이들이 "아빠를 살려달라"고 통곡해 주위에 있는 취재들과 관계자들의 눈시울을 자극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과정을 취재중이던 KBC방송 카메라기자도 촬영을 제지한 용역경비와 몸싸움을 벌여 폭행을 당했다.

현재 경찰과 하이스코는 B동 진입을 위해 지붕 판넬 해체 작업과 B동에서 A,C동으로 연결되는 통로 봉쇄, B동 벽면 절단작업을 마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하이스코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농성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9일부터 출근을 무기한 금지시키고 관리자들만 회사 출입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지정규직지회 해고노동자 61명은 지난 24일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모두 6개동 중 B동과 Q동의 크레인 7대를 점거해 공장은 7일째 전 공정이 중단됐다.


□ 노동계 이목 순천으로 집중

지난 25일 유혈충돌 후 집회 가담자 5명에 대한 구속방침이후 의기소침했던 노동계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위축됐던 지역 노동계가 29일 금속연맹의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3시50분 금속연맹 및 금속노조 각 지역의 소속 간부와 지역 노조, 민주노동당 전남도당, 지역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하이스코 비정규직 강제 진압 중단, 120명 해고자 복직, 성실 교섭 촉구’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대회에서 그간의 과정을 설명한 차행태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요구하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노조를 설립했지만 현대하이스코는 조합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라고 협박하고 업체 폐업을 자행하는 등 교섭을 요구하는 지회에 요구에 탄압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이어 차 부지회장은 “공장 내 크레인 점거농성에 들어간 61명의 농성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반드시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현대하이스코의 못된 버릇을 고치기 전까지 절대로 내려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이 싸움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전국의 노동자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시간가량의 집회를 마친 대회 참가자들은 이날 순천시내 거리행진을 진행하고 오후 6시30분경 해산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11월4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투쟁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전국노동자 결의대회’를 순천에서 개최할 예정이어 또다시 경찰과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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