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기…피하기…결국 ‘만신창이’
감추기…피하기…결국 ‘만신창이’
  • 강성훈 기자
  • 승인 2005.09.09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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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여수대 통합 논란 왜 여기까지 왔나
“앞을 보자니 낭떠러지고 뒤를 보자니 가시밭길이고... 휴~”
지난 1일 긴급 교수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던 교수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대학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 결정을 내리고도 허탈한 표정들이 역력했다.
같은 시간 모 일간지에는 “어느 집단이든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으나 이번 성명은 교수평의회 의장 개인의 의견을 담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양한 의견중 하나로 참고하겠다”는 내용의 총장인터뷰가 실렸다. 내부 반발을 우려하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통합 문제와 관련 내부 갈등에 휩싸인 여수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풍경이다.

여수대학교가 특성화 계획을 포함한 통합계획서가 제출된 이후 계획 재수립을 요구하는 교수평의회 의장의 단식농성, 학생회의 연기 요청 농성 등이 이어지며 내부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대의명분만을 내세워 절차를 생략한 채 원칙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대학당국이 마련한 계획에 대해 구성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명확한 해명을 통해 이해시켜야 함에도 오히려 자리를 피하는 등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여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런 결과로 오랜 진통 끝에 통합하기로 결정을 내렸음에도 수차례 반발에 부딪히며 폐교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삼노 총장도 7일 대학구성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최근 교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통합진행 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했고, 때로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밝혀 과정이 잘못됐음을 시인했다.

실제로 6월 14일 통합 양해각서를 체결한 여수대는 6월 29일 통합계획서에 대해 심의를 요청했지만 교수평의회는 설명자료로는 심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7월 4일 전체교수회의를 열고 설명회를 갖고 심의 없이 이튿날 통합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특성화 계획 타당성 여부에 따라 통합관련 예산지원을 한다는 교육부에 입장에 따라 다시 특성화 방안에 대해 교내 의견 수렴을 실시했다. 이 역시 충분히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8월 23일 설명회 형식의 전체교수회의를 갖고 24일 특성화 계획을 제출했다. 25일부터 교수평의회가 계획서 내용을 문제 삼아 연기요청을 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결론 없는 교수회의만 쳇바퀴 굴리 듯

이후 교육부에서 계획서의 보완을 요구하자 지난달 29일 긴급교수회의를 열고 9월 2일까지 단과대학별로 특성화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인사이동에 따른 특성화계획서 제출 촉구를 이유로 1일 오전 8시 긴급교수회의를 열고 특성화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날 교수회의내용 역시 계획에 대한 논의보다 대학당국의 무책임한 사업추진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되고 말았다. 9월 2일 제출된 내용에 대해서는 수일이 지나도록 교수들도 알 수 없었다.

지난달 7일에는 교수평의회 주관으로 통합계획서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교수토론회에 참석했던 기획처장이 부당한 계획서에 대한 교수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교수들의 이해를 구하기보다 오히려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전체 교수회의가 열린 23일에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총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는 학교측의 일방적인 계획서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변했고, 결국 아무런 결과 도출없이 계획서는 교육부에 전달됐다. 이튿날 총장과 기획처장은 일본 긴키대 연구소와 수산해양대학간 학술교류협정 체결을 이유로 출장을 떠났다.

7월말에는 통합 문제 관련 의문을 제기하는 총학생회장에게 기획처장이 폭언을 하면서 한차례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국 2001년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등록률과 지역의 입학자원의 절대적 감소, 국립대의 법인화 등 대학 생존전략마저 위협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통합이 내부 갈등만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적절한 절차가 생략되고, 충분한 정보공개가 되지 않는 등 일방적인 계획서는 구성원 누구도 인정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공과대학 A교수는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발전적인 계획서를 만들어도 부족할 판에 그간의 통합논의는 구성원 누구도 이해시키지 못할 형식상 회의를 진행하고 마치 정당한 의견수렴을 거친 것 인냥 이튿날이면 계획서를 그대로 제출하는 행태의 반복이었다”며 학교측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난했다.

인문사회과학대학 B교수도 “대학경쟁력을 갖추기는 커녕 내부 갈등만 불러왔고 학교를 아예 없애는 꼴의 결과를 도출해 냈다”고 주장했다.

이와 대해 이삼노 총장은 “만일 일부 구성원들의 통합 반대 주장이 절대 다수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는 상황이 온다면 저는 과감히 새로운 결심을 할 것이다”고 밝혀 새로운 논의의 여지를 열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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