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한국 가지 마세요!
선생님, 한국 가지 마세요!
  • 최진희 시민기자
  • 승인 2005.07.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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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재 캄보디아 시엠립 빌브라이트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 반에 30명 씩이나 되는 학생들을 매일 6시간 씩 강의 하고 나면 밤마다 녹초가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금요일이면 가장 피로를 많이 느끼게 된다. 그래도 아직은 학생들과 수업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유난히 피곤했는지 내가 학생들 말을 두 번이나 잘 못 이해하고 설명을 했다. 물론 나의 언어 실력 문제였다.

그런데 학생들은 내가 요즘 고민이 많고 유난히 힘들다고 느꼈나 보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선생님 고민 있으세요?” 하더니 “선생님 한국 가지 마세요!” 하는 거다.

최근 시엠립에서는 인질극 이후 안 좋은 소식들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23일은 한국의 모 공기업에서 우수사원으로 뽑혀서 해외 연수차 여행 온 20대 중반의 청년이 호텔에서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호텔 관계자 얘기로는 “좋은 일로 여행을 오게 됐고 기쁜 마음에 술을 많이 마신 듯했다. 그런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수영장에 들어 가더니 봉변을 당했다.” 라면서 안타까워 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9일에는 시엠립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30대 초반의 한국인이 풍토병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숨진 식당 주는 교민사회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고 있던 사람이어서 많은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이처럼 불과 몇일 사이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안 좋은 소식들이 들리자 학생들은 우선 선생님이 걱정이 된 거다. “선생님, 캄보디아에서는 야채는 드시지 마세요. 외국인들이 캄보디아 야채를 많이 먹어서 아픈 경우가 많데요.”, “선생님 모기 조심하세요, 외국이인도 찌를 먹으면 모기에 안물린데요.” “외국인들이 동남아시아 국가에 오면 병이 많이 걸리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치료 방법도 많이 발달했을 거 같아요. 자주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보세요.” “선생님, 무서우시죠? 그래도 한국으로 되돌아 가지는 마세요.” 갑자기 교실은 엄숙해 졌다. 학생들끼리 선생님이 힘드시니까 더 열심히 공부 하자고 말하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실 내 컨디션이 안 좋은 건 그런 사건들보다는 본 수업 외에도 보충수업에 특별수업에 내 욕심껏 잡은 무리한 수업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이 시엠립 내 한국인들의 사건들을 일일이 체크 해 가면서 까지 내 걱정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힘이 솟아났다. 이 기특한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결코 경솔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난 결코 아파서도 안된다.

최근 이런 사건들로 시엠립 내 한국 교민들이 다들 어깨가 움추러 들었다. 더 이상은 비보가 전해지지 않았으면 한다.

 

   

 

최진희 시민기자는 여수출신으로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크라운제과 삼성전기 홍보실에서 근무했다. 또 광주kbs 방송작가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캄보디아 시엠립 빌브라이트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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