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벼락을 드립니다!
물 벼락을 드립니다!
  • 최진희 시민기자
  • 승인 2005.07.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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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 먹고 속차려라’, ‘가다가 물 벼락이나 맞아라’ 예로부터 우리 나라 사람들은 물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국에서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누군가가 내게 물을 뿌렸다면 당장 싸움판이 벌어질 거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는 물벼락을 맞으면 감사해야 한다.

흔히들 캄보디아는 두 계절의 나라라고 말한다. 건기(11월-5월)와 우기(6월-10월)가 뚜렷하게 구분이 되기 때문에 건기 때는 물이 매우 귀하다. 물이 거의 메말라 가는 12월에는 물 축제까지 열리곤 한다.

캄보디아의 신년인 4월은 가장 더우면서도 물이 가장 귀한 시기다. 따라서 신년맞이 덕담으로 서로에게 물을 뿌려준다. 이 것이 바로 ‘행운을 드립니다.’라는 뜻이다. 이 시기에 사랑하는 사람들 끼리는 파우터(화장품 가루)를 뿌려 주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독특한 이벤트도 있다.

최근 사업차 캄보디아에 온 한 한국인 K 씨는 “길거리는 지나가는데 물벼락을 맞았어요. 멀리서부터 물을 뿌리고 있는 것을 보긴 했는데 사람이 지나가는데 설마 멈추겠지… 하고 방심하다가 된통 당했지 뭐예요. 캄보디아 사람들은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아요.” 라면서 캄보디아인들의 국민성을 탓했다.

물론 한국에서 보면 물을 뿌린 그 사람은 큰 잘못을 한 거다. K 씨 말대로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K 씨는 한국이 아닌 캄보디아에 살고 있다. 건기에 물이 귀한 캄보디아에서 물을 맞은 것은 큰 행운이다.

일반 평범한 주택에서는 씻을 물조차 없어서 길거리에 물을 뿌리는 일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길거리에 물을 뿌리는 사람은 대부분 대형 상점이나 게스트 하우스 주인들이다. 외국 손님을 맞아야 하는데 길에 먼지가 너무 많아서 손님들을 배려하고자 물을 뿌리고 있는 거다.

내 관점에서, 내 나라 문화를 기준으로 남의 나라를 평가하는 것 만큼 큰 실례도 없는 것 같다. 그 나라를 평가하고, 그 나라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우선 그 나라를 알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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