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아버지께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아버지께
  • 남해안신문
  • 승인 2005.06.25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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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대상] 손미옥(여수여중. 2)
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막내딸 미옥이예요.

요즘 햇빛이 쨍쨍해서 날씨가 참 더우시죠?
그래서인지 검게 그을린 아버지 얼굴이 요즘은 더 검어보여요.

안그래도 아버지 직업이 직업인지라 하루종일 운전하시기도 갑갑하시고 힘드실텐데 그럼에도 불구하시고 힘드시단 말씀한마디없이 항상 열심히 일하시는 아버지이신데 그런반면 저는 교실에서 선풍기앞에 편안히 의자에 앉아 공부하면서 아버지께 맨날 공부하기 싫다는둥, 이런저런 불평만 늘어놓기나 하고...

그런 저를 돌이켜보면 아직 철이 덜든 것 같아 부끄러워요.
아버지 혼자 저랑 오빠를 키워주신지도 어느덧 6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를만큼 시간이 이렇게나 흐른 거 보면 참 신기해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저의 서툰 솜씨지만 간신히 밥해서 오빠랑 아버지께 저녁상 차려드린것도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굵직해진 제손을 보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또 제손이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세월이 빠르게 흘러간다는것만 느낄뿐이예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아프셨던 어머니께서 2학년 올라왔을 때 갑자기 병이 더 악화되어 돌아가신 이후로 아버지께서는 혼란스러워하시고 슬퍼하시면서도 그 힘든 것 다 이겨내시며 저랑 오빠 키워주시려고 열심히 일하시던 아버지를 전 이제야 알았어요.

어머니가 보고 싶어도 우리앞에서 약한모습 보이시면 저희도 약해질까봐 강한척 씩씩한 척 하시던 아버지를 전 이제야 알았어요.

저랑 오빠에게 엄마없는티 날까봐 옷도 남들못지 않게 사 입혀주시고 먹고 싶은 것도 다 사주시던 아버지를 전 이제야 알았어요.

가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볼 때면 왜 그렇게 슬퍼보이고 가여워보이던지...
괜히 눈물이 글썽거리고 마음도 아파져와요.

이렇게 아버지도 어머니처럼 고생만 하시다가 가 버리실것만 같아서 항상 마음이 무거워요.

겉으론 내색안해도 제가 얼마나 아버지를 존경스럽게 생각하고 있는지 아버지는 모르시죠?

요즘 자신도 살기 힘들어서 자식까지 버리고 자살도하는 그런 무서운 세상인데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키워주시고 뭐든지 더 잘해주시려고 하시고 그런 아버지를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찡하면서 얼마나 아버지가 고맙고 감사한지 몰라요.

아버지 제가 가장 가슴이 아픈게 ?지 아세요?
저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 어머니께서 고생만하시다 돌아가셨잖아요.
정말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어머니께서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는지...

어머니는 정말 우리를 위해서 먹고싶은거, 입고 싶은 것 다 마다하시고, 맨날 시장에서 3개에 만원짜리하는 바지 사입으시며 저와 오빠를 위해 고생만하셨잖아요.

지금은 이렇게 다 알게 됐지만 그 때는 왜 엄마가 싸구려 바지만 입었는지, 왜 예쁘지않은 바지만 입었는지 정말 몰랐어요.

나는 엄마가 다른 아줌마들처럼 꾸밀줄도 모르고 멋도부릴줄 모르는 줄 알었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엄마도 꾸미실줄 아시고 멋도 부리실줄 알았어요.

다만 그런것들에 돈을 낭비하지 않으시고 그돈으로 우리 가족을 위해 쓰셨어요.

나중에 크면 어머니 호가시켜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저였는데 그 약속 못 지켜서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럽고 가슴이 아파요.

그래서 아버지께서도 어머니처럼 고생만 하시다 가시면 어떡하나 항상마음이 불안해요.

아버지 지금까지 저희들 키워오시면서 힘들고 고생하신 거 다 알아요. 지금은 비록 나이도 어리고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정말 공부 열심히 해서 꼭 보답할께요. 어머니께 못다한 몫까지 호강시켜드릴께요.

그러니까 아버지 힘드셔도 조금만 더 고생해주세요.
나중에 저 시집가서도 아버지께 소홀히 하지 않을거구요.
먹고싶은 거 보고싶은 거 제가 다 해드릴께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제일 해드리고 싶은 것은요 이제까지 아버지 생신때마다 제가 미역국 한 그릇만 해드렸는데 나중에 크면 제대로 된 생신상을 꼭 한번 차려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아버지께 용돈을 받고 있지만 나중에도 제가 아버지께 용돈을 드릴꺼예요. 아버지 건강하세요.

그리고 아버지께 쑥스러워서 하지못했던 말들이예요.
아버지 존경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사랑합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딸 미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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