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추진위, 외면 받는 봉사는 ‘그만’
축제추진위, 외면 받는 봉사는 ‘그만’
  • 강성훈 기자
  • 승인 2005.05.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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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 제39회 진남제 거북선축제 평가 분석
올해도 동네축제 전락 … 혹시나가 역시나 ‘실망’
   
▲ 지역의 대표축제인 거북선축제가 구태의연한 기획과 준비부족, 부실한 운영으로 관광객과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의 대표축제인 거북선축제가 구태의연한 기획과 철저한 준비부족, 부실한 운영으로 관광객과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전위의 인적구성에 따른 대대적인 수혈과 시민참여를 위한 문호개방과 지도부 교체 등 인적쇄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행사일정 단축, 거북선 제작 장면을 재현한 가장물 제작, 좌수영 유적지 순례의 육상 확대, 서제식 행사 생략 등으로 외형을 대폭 축소하는 등 나름대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행사의 내실을 기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축제가 퇴보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같은 기간 치러진 타지역 축제의 관광객수 등 통계에서도 드러났다.

각 시·군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함평나비축제의 경우 161만여명이 다녀갔고, 보성다향제에는 113만여명, 담양대나무축제 90만명, 고흥항공우주축제 54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여수거북선축제는 25만여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관광객이 찾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했다.

거북선 축제는 이처럼 홍보, 진행, 기획 등에서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면서 축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세계박람회 유치를 앞두고 세계인에게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거북선과 임란유물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당면과제를 위해서라도 거북선 축제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뒤늦게 나선 구태의연한 홍보전략

1천여개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의 축제가 치러지고 있는 현실에서 축제가 갖는 독창성을 내세운 홍보전략은 축제 성공여부의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거북선축제는 행사를 일주일여 앞둔 상황에서도 대외 홍보는 물론 시민들을 위한 홍보활동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 거북선 축제 홍보를 위해 추진한 내용은 주요 언론매체 보도자료 배포, 홈페이지 관리, 현수막 게첨, 홍보물 제작배포, 차량 포스터 게첨, 미항여수 소식지 게재, 가두방송 차량 운영, 입간판 설치 등이 전부다. 이미 수년전부터 똑같이 시행되어온 구태의연한 홍보 전략에 그쳤다.

지난해 수군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이용해 서울까지 순례를 하면서 타지역 홍보활동에 나서차별화된 홍보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던 ‘좌수영 파발마’는 실효성없는 부대행사라는 이유로 올해 폐지됐다.

수개월 전부터 타 시도를 직접 찾아 홍보활동을 전개하는가 하면 우주인 복장을 하고 타지역 축제현장을 돌며 홍보하는 등 독특한 홍보전략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선 고흥우주항공축제와 극히 대조적이다.

학생들에게 축제기간 동안 체험학습을 진행하고자 했던 시내 모초등학교 교감은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제시하고도 정작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축제내용, 개최 장소 등에 대한 기본적인 홍보자료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주최쪽의 성의없는 준비를 질타했다.

그 밥에 그 나물식 프로그램 여전

올해로 39년째를 맞고 있지만 행사내용은 특별히 변화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장행렬을 비롯해, 전국남녀궁도대회, 현천소동패놀이, 수륙고혼천도대제, 거문도뱃노래, 해상선박퍼레이드, 시조경창대회, 한노젓기대회, 불꽃놀이, 소년이순신장군선발대회, 화합시민한마당 등이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이다. 수년전 프로그램과 별반 차이 없는 내용이다.

거북선축제는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던 당시 수군과 좌수영민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호국문화축제로 39돌을 맞았다. 하지만 지루하게 반복되는 행사내용과 호국정신을 담보해 낼만한 프로그램 개발 부재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호국문화축제냐 이벤트 중심의 관광축제냐를 두고 정확한 성격을 규정짓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내용도 빈약할 뿐더라 관광이벤트를 부각시킬 프로그램 또한 부족한 것이 거북선축제의 현주소다.

이 같은 문제는 전문연구기구의 부재로부터 시작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축제위원회와 별도로 보존회가 역사적 고증 작업을 통해 축제와 접목시키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축제기간에도 축제위원회에 기획위원회가 구성돼 있었지만 행사 내용을 전달하는 성격의 회의를 단 두차례 가졌을 뿐 새로운 기획을 논의하는 등 깊이있는 회의를 담보해 내지 못했다.

실제 일부 위원들은 단 한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올해 새로 등장한 가장물도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못해 인형극 형태의 조형물을 내놔 재보수에 들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던 한창진 시민협상임대표는 “연구기구의 부재로 인한 축제 본연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데서 갖가지 문제를 양산시키고 있는 현실이다”며 시급한 개선을 주문했다.

이중 명칭서 드러난 정체성 논란

축제 성격 규정에 대한 문제는 축제 명칭사용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혼선을 빚었다. 지난해 거북선축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최초의 거북선을 제작했던 여수지역이 지닌 역사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또한 우후죽순 생겨나는 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축제와 차별화하고 시대 변화에 맞는 선명한 주제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올해 축제 명칭에서도 과거에 사용했던 진남제 명칭을 함께 사용해 진남제 여수거북선축제라는 하나의 행사에 두가지 명칭이 붙은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축제를 다룬 언론사마다 ‘진남제, 거북선축제, 진남제 거북선축제, 진남제 및 거북선 축제’ 등 제각각인 명칭이 사용되면서 홍보효과를 반감시켰을 뿐 아니라 혼선을 빚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거북선 축제를 사용하고자 했으면서도 일부 이사진들의 요구에 밀려 진남제를 그대로 사용한 결과다.

폼만 잡을 뿐 일할 사람이 없다

축제기간 중 유일한 휴일이자 가족단위의 시민들과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았던 5일 어린이날은 이미 많은 비가 예고 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본무대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이순신장군선발대회 등 일부 행사는 이미 실내로 옮긴 상태였다.

하지만 정작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본무대를 중심으로 모든 실외 행사가 멈춘 상태에서 오후 내 아무런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물론 대안을 논의할 책임자를 찾아볼 수도 없었다. 마무리 행사인 화합한마당을 3시간여 앞둔 시점까지도 장소변경 등을 결정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축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구심점이 되어야 할 위원장은 물론 가장행렬에 참여했던 수십명의 간부들은 보이지 않았고, 오후내 비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장소변경 등에 대한 안내도 구체적인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겨우 실무자들 위주로 결정을 내려 일부 일정을 취소한 채 화합한마당은 예정에도 없던 시민회관으로 옮겨 진행됐지만 이미 행사장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였다.

말뿐인 평가작업 … 실천의지는 ‘감감’

축제가 연속적이지 못하고 일회성 행사에 그침으로써 더 이상 생산적인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거북선 축제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평가 작업들이 실시됐지만 정작 행사에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평가가 평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축제 평가회의를 통해 가장행렬의 시민 참여기회 시도, 다양한 계층 참여를 위한 위원회 문호 개방, 평가단·연구단 운영, 명칭 변경에 따른 효율적 운영 방안, 조직의 활성화, 무료버스 투어 실시 등 다양한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올해 역시 어느것 하나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해마다 제전위원장이 바뀌는 현실이고, 실무진들은 축제를 불과 며칠 앞두고 급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문제점이나 개선안 반영 요구는 요원하기만 한 현실이다.

지난해 평가 자리에서 남영식 부위원장은 “시민들의 참여가 결여된 축제는 그들만의 잔치이고 이는 존치여부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제를 지켜 본 시민 이모씨(신월동. 주부)는 “그동안 이뤄졌던 평가작업만 제대로 반영했다면 축제가 오늘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제전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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